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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일 교육부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수정 명령은 적법했다고 판결하면서, 지난 2013년 8월말 본격 촉발된 논란은 근 20개월만에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됐다.
논란의 단초는 친일 및 독재 미화로 '우편향'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였다. 2013년 8월 30일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의위원회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포함한 8종에 최종 합격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사흘 뒤 국회를 시작으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64개 단체 등에서 교학사 교과서 검정 취소와 심의과정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교학사 교과서에서 역사적 사실 관계 오류나 편파적으로 해석한 대목이 간추린 것만 298건에 이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교육부는 그해 9월 중순 교학사 교과서뿐 아니라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대상으로 수정 보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친일·독재 미화에서 불거진 논란은 이 과정에서 광복 이후 정부수립과정이나, 가깝게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등으로 불똥이 튀었다.
교육부는 그해 10월 18일 교과서 8종에 829건을 수정·보완하라고 권고했고, 해당 7종 교과서 출판사들은 10월말 다시 623건으로 추린 자체 수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교학사를 제외한 나머지 7종 교과서 집필진들은 강력 반발하며 교육부 수정 지시에 거부의 뜻을 나타냈다.
교육부가 수정심의위원회를 거쳐 7종 출판사에 다시 41건을 수정하라고 명령을 내린 건 그해 11월 29일. 출판사들은 12월 4일 수정보완 대조표를 제출했다.
당시 교육부는 '광복 직후 북한이 무상몰수·무상분배 방식의 토지개혁을 실시했다'는 서술 내용에 대해 '소유권 제한이 따랐다'를 추가시키라고 명령했다.
또 △북한의 주체사상이나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서술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추가시킬 것 △남북 분단이 책임이 남한에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내용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이나 연평도 도발 사건에 대해서도 행위 주체를 명시하라는 명령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해 12월 4일 금성과 두산동아, 미래엔과 지학사, 비상교육과 천재교육 등 6종 교과서 집필진 12명은 수정명령에 대한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그로부터 16개월이 지나 법원은 이날 '41건 수정 명령'에 적법성을 부여했다. "교육부의 재량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이뤄진 것"이란 게 법원 판단이지만, 앞으로도 논란은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래엔 대표 집필자인 동국대 한철호 교수는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춰 언제든지 수정 또는 보완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이번 판결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