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자원외교 진상규명 국민모임 소속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MB정부에서 추진된 해외자원개발 사업 실패의 책임자인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5인방(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차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자부 장관)의 자원외교 의혹 청문회 출석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해외자원개발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청문회조차 열지 못한채 끝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오늘 첫 청문회가 열리는 것을 비롯해 3차례 청문회를 열고 활동마감일인 7일에는 종합청문회를 열어야 하지만 여야가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청문회도 없이 활동이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가 합의하면 국정조사 기간을 25일 연장할 수는 있지만 그 가능성도 낮거니와 연장된다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여야의 태도라면 기대할 것이 없다.
이번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국회의 권한과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치킨게임과도 같다.
국회의 역할은 입법기능 뿐 아니라 행정부를 견제하고 예산의 오남용을 막기위한 감시 활동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당시 석유공사 등 에너지공기업 3사는 해외자원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결과적으로 부채가 최대 7배까지 급증했다.
이들 공기업들은 국회의 감시를 받는 공기업들이다.
석유공사의 경우 부채가 2008년 5조 5,059억원에서 2013년 18조 5,167억원으로 3.3배 늘었으며, 부채비율도 73.3%에서 180.1%로 급증했다.
가스공사도 2008년 17조 8,645억원이던 부채가 2013년 34조 7,336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무엇보다 외화부채가 2조 2,914억원에서 12조 4,623억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광물자원공사의 부채는 같은 기간 5,234억원에서 3조 5,235억원으로 6배 이상 늘어났다. 부채비율은 85.4%에서 207.6%로 뛰어올랐다.
그 결과 이들 에너지 공기업 3사의 국제적 신용등급은 투자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들 에너지 공기업들의 부채가 급증하고 해외자원개발이 부실하게 이뤄지는 동안 감사원은 제기능을 하지 못했고 국회 역시 매번 국정감사에서 이들 기관에 대한 감사를 펼쳤지만 예산의 오남용, 잘못된 자원개발 투자를 제어하지 못했다.
국민의 혈세가 정권의 잘못된 정책으로 줄줄 새나가는 동안 아무런 견제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견제하고 제어하지 못한 국회의 책임 역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단순히 자원외교의 정치적 평가 문제만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어떤 국가기관 하나 제대로 제동을 걸지 못했는지 원인을 밝히고 다시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진실을 규명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장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정치적 타격을 가하는 기회로 여겼을 뿐이다.
결국 정치적 공방만 벌이다 활동기간이 끝날 가능성이 커졌고 검찰 수사에 모든 걸 떠넘기게 됐다.
하지만 검찰수사는 해외자원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처리일 뿐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문제점까지 검찰이 수사할 대상은 아니다.
국회는 결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감시 견제하지도 못했고 사후에라도 진실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만들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스스로 야당의 공세로부터 방어를 잘했다고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책임있는 집권당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야당은 정치공세에 치중한 나머지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사실 19대 국회에서는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 규명과 세월호 국정조사 등 5차례의 국정조사를 성과 없이 끝낸 바 있다.
국회 스스로 국정조사 무용론을 자초하며 국회의 권능을 깎아내리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지금은 국정조사 무용론이 커지고 있지만 자칫하면 국회 무용론까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