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절감과 불법 보조금 근절을 목표로 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 6개월을 맞았다.
이해관계자의 입김에 따라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이 법은 시행 후에도 찬반양론이 극단으로 갈리며 연일 이동통신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일단 정부와 시장 일각에서는 애초 우려와 달리 단통법이 무난하게 시장에 연착륙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3월 기준 이통서비스 평균 가입요금은 3만6천702원으로 단통법 시행 전인 작년 7∼9월(4만5천155원) 대비 18.7% 하락했다.
5만원대 이하 중저가 요금제 비중이 66.1%에서 90%로 커진 반면에 6만원 이상 고가요금제 비중은 33.9%에서 10.1%로 하락했다는 통계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통법으로 요금대별 단말기 보조금 격차가 크게 줄면서 소비자들이 실용적인 이통서비스 소비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단말기 보조금을 더 많이 받고자 무작정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통신비 지출을 조장했던 부가서비스 가입 비중이 37.6%(2만1천972건)에서 16.4%(8천831건)로 내려간 것도 정부가 주목하는 통계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단통법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가계통신비를 어느 정도 끌어내렸거나 최소한 상승 추세에 제동을 걸었다는고 자체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시각은 냉엄하다. 단통법이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의 혜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애초 단통법 시행으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 대신 품질·서비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법 시행 초기에는 이런 전망이 들어맞는 듯했다. 이통 3사는 작년 10∼11월 가입비와 위약금을 폐지하고 소비자 부담을 낮춘 신규 요금제를 내놓는 등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소비자가 감응할 만한 획기적인 서비스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 시행 초기 이통 3사가 선보인 소비자 혜택이 정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깜짝쇼'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단말기 구입 부담도 크게 줄지 않았다. 정부가 단통법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강조했던 단말기 출고가 인하는 먼 얘기가 됐고 보조금도 시간이 갈수록 하향 평준화되며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1월까지만 해도 이통사들이 전략적으로 특정 모델에 거액의 보조금을 싣는 등 차별화 마케팅을 구사했지만 2월 이후에는 이통사별로 보조금이 3만원 이상 차이 나는 모델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이통사들의 불법 보조금 경쟁은 재개됐다. 작년 11월 초 아이폰6 대란이 터진 데 이어 올 1월에는 시장지배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 주도로 불특정 다수에게 불법 보조금이 뿌려졌다.
최근의 시장 과열 경향을 보면 이통사가 주도적으로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기보다 유통점에 대한 판매수수료(리베이트)를 높여 간접적으로 불법을 조장·방조하는 모습을 띤다. 소비자가 단말을 구입할 때 정상가를 지불하고 차후 보조금 성격의 돈을 송금받는 '페이백'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소비자 혜택은 고사하고 불법 보조금마저 잡지 못했다며 단통법을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직된 규제 행태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다. 단통법이 불법으로 규정한 우회 보조금의 범위를 지나치게 폭넓게 잡아 소비자 혜택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중고폰 선보상제와 가족결합 포인트제가 두 기관의 압박에 밀려 좌초한 게 대표적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규제기관이 소비자 혜택보다는 법의 권위와 안정성을 지키겠다는 잣대로 사안을 바라본 측면이 있다"며 "단통법이 소비자의 지지를 받으려면 규제기관부터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