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경제 성장 동력으로 마이스(MICE 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산업 양성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에 투입되는 청년들은 착취 수준의 처우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보수에 밤샘 근무는 기본이고, 사실상 허드렛일만 감당하면서 '열정 페이'의 또 다른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부산의 한 대학에서 광고·홍보 계열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A(23·여)씨.
4학년이 된 A씨는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MICE 산업으로 불리는 광고, 컨벤션 업계의 경력을 쌓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 7월부터 부산의 한 광고 관련 행사 준비팀에서 약 5주간 인턴으로 근무한 A씨는 이번 달부터는 또 다른 컨벤션 준비팀에 들어가 4개월 간의 인턴 업무를 시작했다.
행사를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이라 준비팀의 업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하지만 A씨가 받는 급여는 0원. 기본적인 식비나 교통비조차 받지 못했다.
대학에서 진행하는 학점형 '인턴십' 교과목과 연계해 이 과정이 끝나면 국비 지원금 80만 원을 받는 게 A씨가 받는 보수 전부였다.
육체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지만, 대학의 학점과 자신의 경력 개발이 걸린 문제라 견디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
A씨는 "행사가 다가올수록 바빠지는 건 당연하지만, 인턴십 과정이라 이에 따른 수당이나 보수는 없다"면서 "무보수에 학점이 걸려있어, 취업을 위한 경력 개발이라고 생각하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 업체에 정식 입사한 뒤에도 초과 근무 수당은커녕 대체 휴일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업체도 있었다.
1년 전 대학을 졸업한 B(28)씨는 지난해 초 MICE 관련 업체에 정규직 사원으로 취업했다.
B씨 역시 특히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출·퇴근 시간을 제대로 지킬 수 없었지만, 업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하지만 야근을 밥 먹듯 했던 B씨에게 지급된 초과 근무 수당이나 야근 수당은 전혀 없었다.
주말 근무의 경우 대체 휴무제를 통한 보상이 있긴 했지만, 이마저도 일정 횟수 이상 쌓이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도록 정해놓아 보상을 받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결국 B씨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이 밖에도 행사에 직접 투입되는 인력을 이른바 '단기 스탭' 형식으로 뽑으면서 근로 계약서 작성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계약서 내용 조차 제대로 직원에게 알리지 않는 등 청년 인력에 대한 처우나 관리가 허술한 업체가 태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현상들은 흔히 말하는 열정 페이, 즉 노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한 청년 인력 착취의 단면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산 YMCA 김현정 간사는 "인턴 제도는 원래 인력 운용·교육 차원에서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허르뎃일만 시키는 노동 착취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라며 "열정페이 문제는 단순히 일부 산업계의 부조리나 경제적 문제가 아닌 청년인력 근로에 대한 후진적 인식의 결과"라고 말했다.
MICE 산업 부흥을 명목으로 청년들의 '열정'만 강요당하는 현실에, 부산지역 MICE업계 취업 준비자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