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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광주에서 '민주당'도 옛말..."'그 밥에 그 나물' 뽑아주면 뭐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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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일당독주 새정치연합 심판할 때" 새정치연합 "정권 심판 할 때"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천정배 전 장관 (사진=천정배 캠프 제공)

 

4.29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4 곳 가운데 천정배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가장 뜨거운 곳이 된 광주 서구을. 새누리당은 ‘어게인 이정현’을, 새정치민주연합은 텃밭에서의 자존심을, 무소속 천정배 후보는 정치 생명을 걸고 총력전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순천·곡성에서 파란을 일으킨 이정현 의원이 투입돼 정승 후보를 적극 도울 예정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22일 광주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광주 지역 의원들이 총 동원돼 조영택 후보를 지원 할 계획이다. 재야·시민사회 단체들은 천정배 후보를 ‘개혁 후보’로 추켜세우며 지지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런 열기와 달리 광주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디...그 밥에 그 나물, 관심 없당께”

택시 기사 박모(53)씨 역시 “선거고 뭐고 서민들 좀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 뽑아줘봐야 ‘그놈이 그놈’이고, 국회의원들 싹 없어졌음 좋겠다. 세금이나 축내는 놈들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은 4.29 재보궐 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 김모(44)씨는 “관심 없당께, 제 2의 IMF 라고 할 정도로 힘든데, 정치인들 맨날 그밥에 그 나물인데 뽑아주면 뭐한다요. 달라진 게 없는디...”라며 씁쓸해 했다.

‘믿었던 사람에게서의 배신이 더 크다’는 말처럼 광주시민들은 특히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마트에서 만난 50대 여성 이모(56)씨는 “옛날에 ‘민주당’이 지금은 의미가 없다고 그랑께. 광주 사람들도 이제 분위기가 일 잘 하는 사람 위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한 애증은 19대 총선 때 이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 대한 아쉬움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풍암동 저수지에서 운동을 하던 어르신 김모(75)씨는 “투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당께”라며 “지난 번(2012년) 공천을 잘 못해서 오병윤 후보를 서구 을에서 밀었잖아요. 그때 이정현 뽑았으면 우리 지역도 많이 좋아졌을 것인디 엄한 사람 보내서 손해만 많이 났지”고 말했다.

◇그래도 ‘민주당’...천정배 “도둑 잡으려면 소굴로 들어갔어야지”

(사진=조영택 후보 캠프 제공)

 

새정치연합에 대한 광주 민심이 싸늘해졌다고 해도 “그래도 민주당(새정치연합)”이라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는 20대 여성 김모(26)씨는 “보궐 선거, 아직은 별로 관심 없지만 그래도 전라도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민주당인 것 같다”며 본인도 2번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를 운영하는 50대 여성 전모(57)씨는 “아무리 민주당(새정치연합)이 인심을 많이 잃었다고 하더라도 ‘초록은 동색’이라고 조영택 후보가 되겠죠”라고 말했다.

‘인지도’와 경험 등에서 앞선 천정배 후보의 출마에 새정치연합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전업 주부인 김모(48)씨는 “보통 광주에서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좀 어렵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하며 “박빙이 될 것 같다. 천 전 장관이 한 번 (새정치연합이)정신 차리라고 혼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 후보의 무소속 출마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택시기사 박씨는 “서울에서도 출마했던 분이 왜 광주로 나오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정치라는 게 혼자 할 수 있는게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풍남 사거리에서 만난 남성 장모(51)씨는 “다행히 되면 좋은데 안 되면 정치생명 끝나는 거죠”라며 “도둑놈을 잡으려면 도둑놈 소굴로 들어가야지”라며 탈당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승, 천정배 “일당 독주 안 돼” vs 조영택 “정권 심판할 때지, 야권 심판할 때 아냐”

(사진=정승 후보 캠프 제공)

 

상대적으로 지지기반이 약한 새누리당의 정승 후보와 무소속의 천정배 후보는 ‘야당(새정치연합) 심판’을 주장하는 반면, 새정치연합의 조영택 후보는 ‘정권 심판, 민생 정치’를 들고 나왔다.

광주에서의 당 지지도와 인지도가 약한 새누리당 정승 후보는 ‘이정현 마케팅’과 ‘이름 알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22일 선거 사무실에서 만난 정 후보는 편안한 등산복 차림에 '7+1>8'이라고 쓰여진 빨간 조끼를 입고 있었다. 7명의 야당의원에 1명의 여당의원이 더해지면 지금보다 훨씬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 후보는 인터뷰에서 ‘불독같이 일해 정승으로 모시겠다’는 슬로건을 언급하며 “불독같이 지역주민을 위해 하려는 일은 끝까지 하고, 주민들을 제 이름인 ‘정승’같이 모시겠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당만 찍어줬는데 돌아오는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예산을 확정하는 일에 집권 여당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에서의 패배가 큰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 새정치연합은 지도부가 총 동원돼 광주를 지원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조영택 후보가 다니고 있는 풍남동의 한 성당을 찾아 미사를 드렸다.

무엇보다 조 후보는 싸늘한 광주 '민심 돌리기'와 '정권 심판론'에 주력했다. 조 후보는 “광주는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 보면 ‘어머니’와 같은 곳”이라며 “우리당에 거는 기대와 걱정이 남다른 곳인데 무리한 전략 공천 등으로 광주 시민들이 실망을 많이 하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박근혜 정권들어 양극화가 심해지고,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면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염원이 강하다. 특히 박근혜 정권에서의 차별과 소외를 실감하고 있다”며 정권 교체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자신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각,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풍남동의 한 교회를 찾은 천정배 후보는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총 동원돼 광주를 방문한 것을 두고 "골리앗의 얼굴을 봤다"고 꼬집었다.

천 후보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을 한꺼번에 비판하며 '야권 심판'과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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