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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검찰의 대대적인 대기업 수사 무엇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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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3년차 국정장악 의도와 20대 총선 공천을 겨냥한 친이계 예봉 꺾기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김진태 검찰총장 (자료사진)

 

사정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자고나면 수사대상 대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포스코 건설과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데 이어 신세계와 롯데쇼핑, 동부그룹, SK건설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검찰의 대대적인 대기업 수사 무엇을 노리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겠다.



▶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것 같다

= 그렇다. 정부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밀어붙이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먼저 이완구 국무총리가 나섰다. 이 총리는 지난 12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대동하고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담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른바 '기자방'으로 불리는 부정부패 척결에 매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기자방'은 대기업관련 비리, 해외자원개발 관련 비리, 방산비리를 칭하는 말)

이 총리는 특히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횡령 등의 비리는 경제 살리기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대기업을 직접 겨냥했다. 역대 정부마다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한두 번 천명한 건 아니지만 대기업을 이렇게 콕 찍어서 겨냥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대기업을 직접 거명한 것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면서 "정부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말할 정도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실어줬다.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드러내야 한다"면서 "이번에 국무총리께서 추진하고 있는 부패청산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마시고 국민들과 나라경제를 위해 사명감으로 반드시 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비단 국방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켜켜이 쌓여온 고질적인 부정부패에 대해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대기업을 직접 겨냥하진 않았지만 방산비리와 '사회 각 부문에서 켜켜이 쌓여온 고질적인 부정부패'라고 통칭했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김 총장은 17일 열린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본연의 사명이자 검찰의 존립근거"라며 검찰수사를 독려했다.

▶ 정부가 대기업을 직접 겨냥해서 수사에 나선 이유는 뭔가?

= 이른바 '사자방'(4대강 관련비리와 해외자원개발 관련 비리 그리고 방위산업 관련 비리)으로 불리는 비리에 대한 수사는 진행하고 있거나 예견된 수사였다. 새로울 게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국무총리가 나서서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의 비리'를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이 행위가 경제 살리기에 역행한다고 규정하면서 대기업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은 분명히 의도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정부가 대대적인 대기업 수사를 천명하기 전에 몇 가지 주목할 장면들이 있다.

첫 번째는 지난 2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10대 그룹 회장단과 만났다.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앞두고 1년 6개월 만에 만남이었는데 박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스폰서 참여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은 기업의 브랜드와 가치를 높일 모처럼 만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경제계의 관심과 지원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재계의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번째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이후 여러 차례 경제 살리기에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해왔지만 재계는 현금유동성만 늘리면서 소극적인 행보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창조경제 혁신센타 동참에 시늉만 하는 모양새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여기에 지난 13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5단체장을 만나 "가급적 적정 수준의 임금을 인상해서 소비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며 "경제계가 경제살리기에 적극 협력해달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재계는 면전에서 이를 거부했다. 경제3단체는 공개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반대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이를 무기 연기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영이 안 선다는 얘기다. 집권3년차지만 아직 반환점을 돌지도 않았는데 재계는 슬슬 발을 빼는 그런 모양새인 것이다.

따라서 검찰의 대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는 재계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그런데 검찰의 수사방향을 보면 이명박 정부 당시 실세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

 

= 그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수사대상이 이명박 정부 시절 잘나갔던 기업들이 주로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포스코의 대규모 M&A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수사는 이명박 정부의 실세그룹인 영포라인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급하게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박영준 전 차관 등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한다.

또 18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한 경남기업의 성완종 회장도 친이계로 분류된다. 경남기업은 MB정부 시절 각종 자원개발 사업에 두루 참여했는데 MB정부 실세들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성 회장은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가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검찰은 또 한국석유공사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는데 검찰수사가 해외자원외교 비리의혹을 정면으로 겨냥하자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과 정병국 의원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수사가 친이계를 겨냥한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검찰의 대대적인 대기업 수사 무엇을 노리는 거냐?

 

= 다각도의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 네 가지 이상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 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앞서 설명한 '대기업 길들이기' 차원이다. 경제 살리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동참 없이는 불가능하다. 돈을 쌓아놓고 풀지 않는 상황에서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일 경우 대기업들로서는 고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집권3년차 국정장악을 위한 기획수사라는 점이다. 대기업에 대한 수사에 이어 정치권 사정으로 확대될 경우 떨어진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물론 사정정국으로 끌어올린 지지율은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사정한파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게 될 것이고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 번째는 정치적인 해석이긴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미리 친이계의 예봉을 꺾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무슨 얘기냐하면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비박계가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총선 공천이 시작되면 친박계는 속수무책 일 수밖에 없다. 2008년 18대 총선 공천에서 이른바 '친박계의 학살'로 불릴 정도로 공천에서 밀렸던 좋지 못한 추억이 있다.

따라서 사정정국으로 MB정부 실세들을 겨냥해 친이계의 예봉을 꺾음으로서 청와대와 정부 뿐아니라 당에대한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친이계 정치인이 수사대상이 된 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사회적으로 기강을 잡는 동시에 집권3년차 성과를 내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검찰수사가 대기업을 겨냥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곧 지방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정치권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구조적인 비리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6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는데 부정부패 척결 방안에 대해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강찬우 수원지검장 윤갑근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 발표를 했다.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사회지도층 비리'와 '대기업의 부정부패'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발표했고 강찬우 수원지검장은 지방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비리에 대한 수사 방침을 윤갑근 반부패부장은 '사회 구조적 부패' 척결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의 검찰수사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 그렇지만 집권3년차 기획사정수사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데?

= 검찰이 수사를 막 시작한 단계니까 벌써 수사의 성공이나 실패를 언급하기는 이르다. 다만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말 중에 '집권3년차 기획사정은 잘하면 본전, 잘못하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긴 하다.

왜 이런말이 나오느냐 하면 '수사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다. 기획 사정의 의도는 앞서 설명한 대로 거창하지만 막상 수사를 하다보면 의도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분석하는대로 기획사정의 의도가 MB정부 실세들을 겨냥했다고 하지만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이었기 때문에 대기업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수사하다보면 어떤 의외의 인물들이 튀어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 여나 야 뿐만아니라 어떤 의외의 인물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른바 '친박실세'나 정권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 튀어 나온다면 기획사정이 지뢰밭이 돼서 누가 다칠지 모르고 의도와 달리 박근혜 정부가 내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재오 의원이 18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패 청산을 그렇게 했는데 왜 계속 이어져 오겠느냐"면서 "현 권력 내부의 부패에는 눈을 감고 밖으로 나와 있는 부패에만 손을 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부패덩어리를 뿌리째 뽑아내려면 권력 내부의 부패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반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언론보도를 보면 자고나면 새로운 대기업이 수사대상으로 거론되는데 실제 검찰수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거냐?

이완구 국무총리가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사실 모양새를 보면 이완구 국무총리의 담화발표 다음날인 13일 검찰이 포스코 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18일에는 경남기업과 석유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이 이미 준비하고 있다가 국무총리의 담화가 발표되기를 다렸다는 듯이 대대적인 사정수사에 착수한 모양새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검찰이 새롭게 수사에 착수한 건 포스코 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경남기업의 자원외교 비리 관련 뿐이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검찰내부에서는 포스코에 대해 수사를 하고 싶어했는데 언론에서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이 보도되면서 수사에 착수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모양새를 보면 검찰이 상당한 준비를 했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렵다.

나머지 신세계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나 동부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그리고 SK건설의 새만금 방조제 담합 주도 혐의 등은 이미 수사 중이거나 검찰이 내사를 하고 있던 사건들이다.

서울중앙지검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서울중앙지검에서 굴러다니던 대기업 관련 모든 사건들을 새롭게 수사하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실체가 있는 수사는 두세 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8일 하루에만 서울중앙지검발 단독보도가 9개였다고 한다. 그만큼 언론들의 보도가 과열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수사가 정치권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언론에 휘둘리고 있다"면서 "언론의 보도가 지나치게 앞서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검찰의 사정수사 오래갈 것이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데?

= 사정 피로도 얘기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번 사정수사는 상당히 길게 갈 것으로 전망한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통상 기획사정은 두세 달 걸리지만 이번에는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1일까지니까 이번 사정수사가 적어도 9월말이나 10월 초 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의 수사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검찰이 국무총리에 이어서 대통령까지 적극지원하면서 여기저기 눈치를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정치권이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정수사가 '우병우 민정수석 스타일'로 그렇게 길게 가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한 중견법조인은 "검찰의 이번 수사는 '우병우 스타일'"이라면서 "이렇게 요란하게 벌리는 수사는 길게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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