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흡수통일' 발언 파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예상 밖의 침묵을 지키고 있어 배경과 이유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11일 정 부위원장의 흡수통일 발언이 알려지고 이틀이 흐른 13일 오전까지 이에 대해 아무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은 11일 논설을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했고 12일에는 남한 보수단체의 '최고 존엄' 모독에 대해 '피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을 뿐 흡수통일에 대해선 아무 언급이 없었다.
조선중앙통신 역시 11일에는 북한-러시아간 '친선의 해' 선포 사실과 12일엔 김정은 제1비서의 동해안 섬 초소 시찰 등이 주요 기사였다.
조선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정 부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일체 반응이 없다.
이는 조평통이 지난 10일 어버이연합 등이 김정은 제1비서 인형을 각목으로 때리는 퍼포먼스에 즉각적으로 격렬하게 반응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리퍼트 미국대사의 피습사건 때는 불과 반나절만에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고 논평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안 그래도 북한이 통일준비위원회에 과민반응을 보여온 점을 감안하면 어느 때보다 거친 반응이 우려됐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북한이 '평정심'을 보이는 이유는 고도의 전략적 계산을 하고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은 이번 기회를 활용해 최대의 효과를 내려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어느 기관, 어떤 형태 등으로 대응할지를 면밀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사안의 경중과 시의성을 따져 조평통 서기국 보도나 논평, 성명, 또는 조선중앙통신 논평이나 우리민족끼리 게재 글, 국방위나 외무성 대변인 담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남공세를 펴왔다.
양 교수는 북한이 주말쯤 첫 반응을 보일 수 있으며 최근 리퍼트 대사 사태나 한미연합훈련 등의 사안까지 함께 묶어서 총공세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당분간 (남측과의) 대화는 안 하겠다고 했으니 추가적으로 얼마만큼 말로서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결코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