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세종시 국책연구단지에 있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는 두 종류의 인턴이 존재한다.
하나는 지난해 12월 연구원에서 공고를 내 선발한 청년인턴들.
하루 8시간을 근무하고 4만 5,000원~6만원을 받는다. 4대보험에 가입됐고 우수인턴에게는 직원 채용 시 가점이 부여된다. 연구원 내부 교육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인턴은 지난 1월말 대전지역의 한 대학에서 파견된 학생인턴들이다.
이들도 하루 8시간 근무를 했다.
한 달의 인턴기간이 끝난 뒤 연구원에서는 교통비·식비 명목으로 모두 21만원을 지급했다. 4대보험에는 가입되지 않았고 별도의 채용 가점도 없다.
연구원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년인턴들은 지원받은 교육프로그램도 이들은 이용하지 못했다.
청년인턴과 학생인턴 모두 사무·행정업무 지원으로 각 부서에 배치,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5일 40시간씩 일했다.
STEPI 측은 학생인턴에 대해 "대학에서 보냈기 때문에 임금 등은 대학 소관"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의 지시를 받고 연구원이 시키는 일을 했지만 소속은 용역업체인 간접고용 형태와 사실상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청년 구직자를 저임금 수단으로 쓰는 '열정페이'를 넘어, 노동력만 활용하고 이들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것.
대책은 없는 걸까.
◇ 간접고용 인턴… 기관은 책임 회피, 대학은 기관 눈치 파견·용역과 같은 간접고용의 가장 큰 폐해는 사용기관이 일만 시키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것.
공식 소속이 기관이 아닌 외주업체라는 이유를 드는 것인데, 이미 알려진 사회문제다.
그런데 이 폐해가 인턴 등 청년 구직자의 현장교육·실습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
대학과 업무협약을 맺고 학생 인턴을 받은 곳에서는 이른바 '열정페이'와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인건비는 학생들이 소속된 대학에서 지급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사실상 근로계약관계로서 사용기관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법률적 판단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노동착취에 부실교육 논란이 불거져도 대학에서는 항의보다는 기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상대 기관이 "더 이상 인턴을 안 받겠다고 할까봐"서다.
용역업체가 기관과의 계약관계가 끊길까 눈치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의 류하경 변호사는 "대학이 사실상 용역업체 역할을 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턴을 한 학생 당사자는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현행법으로도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 위반 등으로 처벌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보긴 어렵죠"
학생 개개인이 기관이나 대학교수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류 변호사의 설명이다.
◇ 인턴의 '오남용'… 기준부터 정립해야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인턴의 기준부터 정해야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는 인턴에 대한 명료한 기준이 없는 상태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무급인턴 등 법이 정한 임금을 다 지급하지 않는 인턴에 대해서는 교육훈련으로서의 기준을 굉장히 까다롭게 적용해서 한 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인턴이라는 말을 쓸 수 없도록 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온갖 것에 인턴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어요. 규제가 전혀 없다는 거죠"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이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