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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1일부터 시작된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6개월에 가까운 대장정 끝에 마침내 11일 모두 마무리됐다.
전국 1,115개 농·축협과 82개 수협, 129개 산림조합을 대표해 4년 동안 일하게 될 지역의 경제 일꾼 1,326명이 새로 선출됐다.
이들은 앞으로 지역 조합의 인사권과 사업권 등 부여된 권한을 갖고 농업과 수산업, 임업 발전을 위해 땀을 흘려야 한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 흑색선전 등 혼탁선거가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기존의 정치권 선거 보다 오히려 더 심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4년마다 치러지는 조합장선거가 공명선거가 되기 위해선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 선거관리 비웃는 불법 선거운동 기승이번 선거는 일반 공직선거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선관위가 직접 관리했지만, 금품살포와 흑색선전 등 불법, 혼탁선거로 얼룩졌다.
중앙선관위는 기부 행위 제한이 시작된 지난해 9월21일부터 10일 현재까지 위법행위 746건을 적발해 고발 147건, 수사의뢰 39건, 이첩 35건, 경고 525건 등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조합당 적발건수는 0.56건으로 최근 4년간 개별 조합장 선거 때 위반수준과 맞먹는다. 더구나 선거가 끝나고 추가신고가 들어오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선관위는 전체 위반 사례 가운데 39%인 291건, 고발 중 66%인 97건이 기부행위 등 돈과 관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농협조합장 선거에 나섰던 한 여성 출마 예정자는 지역 조합원 150여명에게 6천만원을 살포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과거 개별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나왔던 이른바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가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윤석근 선거정책실장은 "일반 선거에서도 하지 않는 돈봉투가 살포되고, 상대방에 대한 흑색선전도 도를 넘어섰다"며 "돈을 주면 당선된다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12일 이번 조합장 선거의 불법 현황과 사법처리 방침 등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 돈봉투 살포 관행화…조합장 권한 축소 검토이처럼 조합장 선거가 혼탁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조합장의 권한과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단위조합의 경우 조합별로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천여명의 조합원이 있다.
조합장은 이들을 대표해 해당 조합의 인사권과 예산권, 사업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임기 4년 동안 5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원에 이르는 연봉을 받고, 조합원 얘경사에 축.부의금까지 지급한다.
이뿐만 아니라, 조합장 본인이 원한다면 총선과 지방선거 등 공직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지방 출신의 국회의원 상당수가 선거구에 머물면서 조합장 선거의 추이를 지켜보는 등 관심을 가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농협 관계자는 "이번에 조합장선거가 치러졌지만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토론회와 합동연설회가 금지돼 후보자를 홍보할 방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문제점 때문에 불법선거가 기승을 부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이와 관련해 조합장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하고, 선거홍보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선거 과정에서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실태조사와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10월 말까지 정부 차원의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