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공격한 김기종(55)씨를 조사 중인 경찰이 김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사 초기부터 보안 인력을 대거 투입하는 등 처음부터 국보법 위반 혐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경찰, 수사 초기부터 보안 인력 대거 포함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수사 초기부터 보안인력을 대거 포함시켰다고 9일 밝혔다.
구 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처음엔 김씨에 대해 몰랐지만 김일성 분향소 설치 등의 행적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보안수사도 포함시켰다"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적표현물이 나와 수사관들이 다각적으로 열어놓고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지침에 따라 미국 대사 피습사건 수사본부는 사건 당일 최초 브리핑 때부터 국보법 적용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범행과 국보법 위반과의 연관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은 또 압수수색 직후 김씨의 집과 사무실에서 이적표현물이 발견됐다고 중계하듯 설명하기도 했다.
급기야 9일에는 "김씨로부터 압수한 서적과 간행물 중 30점을 외부 전문가 집단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10여점에 대해 이적성을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보법 제7조 5항 이적표현물 소지 등 위반에 대해 집중 수사 중"이라면서 구체적인 법조항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7조5항은 이적표현물의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취득과 관련된 조항으로 단순히 이적물을 소지했다고 해서 바로 처벌할 수 없다.
다만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목적이 명백하고 구체적으로 국가안보를 해치는데 있고, 이적단체 활동 등에 활용됐을 때만 죄가 성립한다.
이적물 소지 목적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거나(제7조1항), 관련 단체 구성 또는 가입(제7조3항), 사회질서 혼란 우려가 있는 허위사실 날조 또는 유포(제7조4항)라는 것이 인정돼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 국보법 위반 입증하려면, 소지 목적 증명해야 하지만… 언론 플레이만
경찰이 김기종씨 주거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이적표현물을 공개 하고 있다. (사진=김민재 기자)
경찰은 김씨의 이적표현물 소지 사실은 확인했지만, 앞으로 김씨가 이같은 서적을 왜, 무슨 목적으로, 어디로부터 구입해 사용했는지를 규명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성급하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공표한 경찰이 김씨의 경찰 진술을 의도적으로 흘리고 이를 언론브리핑에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9일 일부 언론사는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남한에 김일성 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국가보안법은 악법이고,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정부 발표도 믿을 수 없다'는 발언도 나왔다.
서울지방경찰청 김구연 보안2과장은 이날 "평화협정 체결, 남북한 문화예술활동 등을 묻는 과정에서 '김일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김씨에게 물었더니 '20세기 민족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왜 하필 김일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조사관 기법이다"라고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김일성을 어떻게 생각하는냐'는 질문에 '훌륭하다'고 답한 것은 찬양·고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경찰이 질문을 다 빼고 맥락없는 답변만 일부러 흘리면서 국보법 딱지를 붙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굉장히 의도되고 방향성이 있는 수사로 가고 있고 수사를 넘어 여론몰이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확보한 이적표현물, 국보법 증거로 제출할 수 없는데도 언론에 대대적 발표무엇보다 현재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이적표현물은 국보법 위반 증거로 활용할 수 없는 증거능력이 상실된 서적들이다.
김씨 주거지에 대한 최초 압수수색 영장에 국보법 위반 혐의가 적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보법 위반 증거능력을 인정받으려면 국보법 위반 혐의가 적시된 압수수색 영장으로 증거를 확보해야하지만,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해당 영장에서 국보법 부분을 반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