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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압색前 무리한 국보법 적용, 검찰이 오히려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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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중 민감한 내용까지 언론에 흘려…조급한 경찰수사 '도마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경찰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피습한 김기종(55)씨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7조5항'을 섣불리 적용하려 했다가 검찰이 부적절하다며 반려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가보안법 7조5항은 이적물을 제작, 복사, 소지, 배포, 판매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조항이다. 그런데 경찰이 김씨의 집을 뒤져 이적물을 찾아내기도 전에 김씨를 종북 세력으로 예단하고 미리 관련 혐의를 적용하려했다가 검찰의 문제제기로 영장을 수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씨의 집에서 이적물이 발견되긴 했지만, 경찰이 압수수색 전 단계에서부터 피의자에게 다른 죄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한 것은 수사의 기본에도 어긋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김씨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검찰에 한 차례 영장을 반려당한 사실은 9일 경찰 브리핑 과정에서 우연히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김두연 보안2과장은 이날 김기종씨 관련 수사 브리핑에서 '압수수색 전에 국가보안법 혐의를 어떻게 적시하려고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에서 한 차례 영장 반려가 있었다는 사실을 내비쳤다.

김 과장은 "저희들은 (김씨를) 체포해서 피의자에 대해 행적을 확인하니 종북 활동을 한 것이 확인돼 국보법 위반이 있을 것으로 판단돼 압색 영장에 국보법 7조5항을 포함시키려 했었다"면서 "그러나 검찰에선 압색 후에 판단하고 국보법 적용 여부를 결정하자 해서 최초 압색 영장에서 국보법 적용을 배제한 것이다"고 말했다.

경찰에서는 국보법 7조5항을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하려 했으나, 검찰의 반대로 국보법이 영장 단계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에게 이적물이 있을 것으로 미리 단정하고 압수수색 영장에까지 혐의를 포함시킨 것은 법리상으로도, 수사 기법상으로도 부적절하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굳이 국보법 위반 혐의를 영장에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범죄의 목적을 규명하기 위해'라고 표현하면 김씨 주변에 대해 포괄적으로 압수수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오히려 국보법을 명시하면 압수수색 범위를 좁힐 우려가 있어 반려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적물이 발견되기도 전에 이적물 소지죄를 적용하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을 뿐더러 압수수색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판단에 영장에 국보법 혐의를 빼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오히려 제동을 걸 정도로 경찰의 국보법 관련 수사가 성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 적용을 잘못해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당한 것은 경찰 입장에서 보면 '굴욕적인 일'인데 왜 언론에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지 의도를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모 공안 담당 부장은 "국보법 위반 혐의 부분은 검찰로 송치된 다음에 차분히 수사를 시작해도 될 부분인데, 경찰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무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김씨의 민감한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새고 있는 것도 이같은 경찰 내부의 조급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경찰은 김씨가 피의자 진술 과정에서 '남한에 김일성 만한 지도자는 없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정부발표를 믿을 수 없다.', '국보법은 악법이다'는 발언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식적으로 확인해주기도 했다.

이는 명백한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해 추후 잡음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검찰에 이번주 중으로 사건이 송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보법에 대한 설익은 접근으로 검경이 때아닌 물밑 기싸움이 벌어는 형국이다. 두 기관의 수사 공조가 원만히 이뤄지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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