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와 경기불안 등으로 소득이 증가해도 소비는 그만큼 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같은 불황형 흑자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지난해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430만2천원으로 2013년(416만1천원)보다 3.4% 더 늘어났다. 지난해 취업자수 증가로 가계의 근로소득이 많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따라 가계가 실제로 쓸수있는 돈, 즉 처분가능소득은 월 평균 349만원으로 2013년보다 3.5% 늘어났으나, 가계의 지출은 335만6천원으로 1년전보다 2.9%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소비지출에 쓴 돈은 255만1천원으로 전년대비 2.8% 증가했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가 지출 증가속도보다 빨라지면서, 소득에서 지출을 뺀 흑자액은 94만7천원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이 흑자액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흑자율은 27.1%에 달해, 관련 통계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소비성향도 72.9%로 통계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소득은 늘어났지만, 쓰지 않고 남겨두는 돈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불황형 흑자 현상이 심해지는 것은 경기침체와 함께,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이운주 복지통계과장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고령화 되면서 소비와 소득에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고령화가 되면서 줄일 수밖에 없거나 늘어나지 않는 비목들이 생기게 되고 이런 부분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전체 지출은 소득증가율을 밑돌았지만, 근로소득세 등 세금지출은 전년대비 5.8%,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 지출은 7.2%, 국민연금 등 기여금 지출도 5.4% 증가해, 소득증가속도(3.4%)를 앞질렀다.
소득에서 세금과 준조세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은 이 또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부담이 늘어난 것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기획재정부는 "가계소득 증진이 소비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경제활력 제고와 서민생활 안정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