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협기구 등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지만, 정작 공무원연금 개혁의 근거가 되는 정부 재정부담 규모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여권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무원 개혁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24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에 대한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부담률은 약 0.7%로 OECD국가 평균인 1.5%에 절반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정부가 공무원연금에 지출하는 비용이 적다는 뜻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7월 KDI(한국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준 '공무원연금 개선방안 연구'라는 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자료를 보면, 우리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부담률이 12.7%에 그치지만, 미국은 37.7%, 일본은 27.8%로 훨씬 수치가 높다.
유럽의 경우는 독일 56.7%, 프랑스 68.8%, 오스트리아 61.1%로 우리보다 5배 정도나 높다.
그래픽=임금진/출처=KDI
정의당 정진후의원이 국민연금을 부담하는 일반 사기업과 비교했을때, 정부가 사용자로서 부담하는 비율도 일반 기업에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 의원은 "A 중소기업과 B 대기업에 대한 사용자의 국민연금 두곳을 비교해 봤더니 각각 14.2%와 16.2%로 나타났다"며 "이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부담비율 12.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공무원연금대타협 기구에서는 정부부담률이 높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개혁을 다급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가 개혁의 이유로 내세우는 '연금충당부채'도 도마위에 올랐다. 연금충당부채는 앞으로 연금 가입자들이 받게 될 수급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인데 이를 현실적으로 진짜 '빚'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대로 방치하면 484조원, 국민 1인당 945만원이나 되는 엄청난 빚을 다음 세대에 떠넘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때 나온 수치(484조원)가 바로 연금충당부채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야당 의원들은 우리나라는 부과방식(올해 거둬들인 돈으로 올해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연금충당금을 모두 빚으로 계산하는 것은 과장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앞으로 나갈 연금지급액이 484조원이 맞다 손치더라도, 해마다 가입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납부액을 감안하면 부담 규모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타협기구의 정채철 위원은 "우리처럼 부과방식을 취하는 일본도 연금충당부채를 빚으로 계산하지 않는다"며 "연금충당부채를 기초로 개혁을 몰아치는 것은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484조원이라는 금액도 어떻게 추계된 것인지 정확한 자료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한 새누리당은 "야당과 공무원 노조가 각자의 안을 제출하면 그때 공개하겠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료가 없다는 발뺌하고 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현재 정부는 안을 제출할 계획이 없다"며 "안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의 개혁이 셀프개혁이어서 개혁 효과가 미미하고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이 세수추계에 실패해 논란을 일으킨 연말정산 사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