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과정이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회견을 앞두고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9일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보고에 나와 "문건유출로 국민과 의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참으로 송구하다"고 사과한 뒤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청와대의 근무자세와 기강을 철저히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김 실장의 사과와 청와대 근무기강에 대한 강조는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바로 공염불이 돼버렸다.
오전 운영위 파행의 원인이었던 김영한 민정수석의 국회출석이 문제가 됐다.
오전 정회 이후 여야 간사들은 김 수석의 출석을 두고 줄다리기 협상을 벌인 끝에 오후에 재개된 회의에서 검찰수사로 유출과정이 밝혀졌지만 문건유출이 발생한 곳이 민정수석실이기 때문에 김 수석이 출석할 필요가 있다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기춘 비서실장은 "여야 합의에 따라 (김 수석의) 출석을 지시했는데 따를 수 없다는 취지의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강력한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 모두 청와대 수석의 사상 초유의 항명파동에 유감을 표시했고 야당 의원들은 김 수석의 파면을 요구했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정무직으로 파면할 수는 없고 해임이 방법"이라면서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쉬 사그라들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기강이 완전히 무너진 불행한 일로 너무 황당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개탄했다.
이어 오후 회의에서 발언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직속상관인 비서실장의 지시명령에 대해 정면으로 항명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국민의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대해 김기춘 실장은 "공직자, 특히 고위 공무원의 자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인사를 할 때 더욱 유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김 실장은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지금은 제가 맡은 소임을 열심히 하겠다"라며 사퇴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나 여야가 출석에 합의하고 직속상관인 비서실장의 국회 출석지시를 수석비서관이 정면으로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리더십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도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당장 무너진 청와대 비서실의 기강을 다시 세워야 하는 과제와 청와대 인적개편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도 높다.
청와대는 9일 국회 운영위를 통해 김기춘 실장이 문건유출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 마무리한 뒤 오는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계기로 국면전환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영한 민정수석이 평지풍파를 일으키면서 사의를 밝힘으로써 12일 신년 기자회견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들어갈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사상 초유의 청와대 수석의 항명파동은 이미 공석이 된 해양수산부 장관 자리와 맞물리면서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