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희 차장검사가 7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서 '땅콩 회항' 사건 관련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갑질논란을 불러일으킨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추가됐다.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이근수 부장검사)은 7일 오후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 변경과 안전운항 저해 폭행, 업무방해, 강요, 그리고 위계에 의한 공무방해 등 5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대한항공 객실승원부 여모 상무(57)를 증거인멸 및 은닉,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국토교통부 조사사항을 대한항공측에 넘긴 김모(53) 감독관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
특히 검찰은 앞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와 달리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방해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 조사 결과 조 전 부사장이 사건 초기부터 여 상무를 통해 증거를 조작하는 등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왜곡하도록 해 국토부 조사가 부실하게 되도록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여 상무에게 국토부 조사 첫날부터 국토부 조사내용과 향후 조사방향 등에 대해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사건을 수습하라며 질책하는 등 조사 방해 전 과정에 사실상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8일 국토교통부가 기장과 박창진 사무장을 조사할 당시 "내가 뭘 잘못했느냐,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내리도록 한 것이 왜 문제냐, 오히려 사무장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여 상무를 질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여 상무는 조 전 부사장에게 조사 내용과 향후 조사계획 등을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메일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은 "사태를 잘 수습하라"는 취지로 지시성 질책을 내렸고, 여 상무는 "사태를 잘 수습하겠다, 법 저촉사항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여 상무는 사건 다음날 귀국한 사무장을 협박해 시말서와 국토부 제출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하도록 강요하고, 승무원 등이 허위 진술을 하도록 미리 입을 맞추라고 종용했다.
심지어 지난달 11일 검찰이 대한항공 본사 압수수색을 하는 중에도 여 상무는 관련 자료 삭제 여부를 점검하고 회사 PC를 교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단순히 증거인멸을 교사하거나 방조한 종범이 아닌 '공동정범'이라고 판단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사기관이 충실하게 수사하더라도 증거 조작으로 잘못된 결론을 내린 경우 위계에 의해 수사행위를 적극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국토부로서는 도저히 사건 진상을 밝힐 수 없는 부실조사가 이뤄졌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그동안 제기된 조 전 부사장의 무료탑승 의혹과 대한항공의 국토부 직원들에 대한 좌석 무상 업그레이드 의혹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