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에는 공기업과 공공기관, 정부산하기관 인사가 차일피일 지연돼 큰 문제가 됐지만 올해는 노골적으로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사례가 잦아져 공약파기논란이 제기되는 등 정부 뿐아니라 공공부문인사에서도 적잖이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대놓고 공기업에 낙하산을 내려 보내고 있어 공약파기논란과 함께 공기업 업무추진의 효율성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높다.
청와대는 올해 10월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임명백씨를 에너지관리공단 상임감사로 낙점했고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경남도지사 후보경선에 나섰던 박완수씨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취임(7월)하는 등 낙하산인사를 양산했다.
친박계 3선 의원 출신으로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유세본부장을 맡았던 김학송 전 의원은 도로공사사장에 임명됐고 역시 대선캠프 조직총괄본부 지역소통특별본부장을 맡았던 김성회 전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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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낙하산 149개 기관 246명 새정치민주연합 관피아특별위원회(위원장 강기정, 간사 진선미)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정부자료와 국정감사 질의 등을 취합한 결과 이른바 ‘정피아’로 분류된 낙하산인사는 도로공사와 지역난방공사 등 149개 기관 246명으로 집계됐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관피아’인사는 총 1749명으로 집계돼 부처를 퇴직한 공직자들의 산하기관 취업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근절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이에대한 비판여론이 높지만 청와대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2013년 1월 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낙하산 인사는 새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라 선거운동기간에도 줄곧 ‘원칙’을 언급하며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뿌리뽑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권 출범 2년이 지난 지금 박 대통령의 낙하산 근절 약속은 말뿐인 공약(空約)으로 확인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은 “박근혜정부에서 내려 보낸 낙하산 대부분은 새누리당 대선 선대위 소속이나 새누리당 출신 정치인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정피아 관피아 근절 약속이 무색할 정도로 숫자가 많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출범초기까지 공기업 감사로 재직했던 L씨는 CBS노컷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약속을 의식해 집권초에는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했지만 집권 2년이 지나면서 낙하산 인사에 많이 둔감해져 인사가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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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낙하산 여당이나 대선캠프 출신
2014년 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차인 올해 공공부문인사의 화두가 ‘낙하산’이라면 집권 1년차 인사의 키워드는 늑장인사였다. 박 대통령 집권 1년차 정부 산하기관과 공공기관, 공기업의 임원급 인사가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공석이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한국전력공사의 감사를 선임하는데 무려 1년이 걸린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외에 주택금융공사 사장 11개월, 관광공사 사장 8개월 등 청와대가 인사를 잡고 있는 통에 공석인 공기업 사장과 상임감사 자리가 수두룩했다.
공기업 전직 감사 L씨는 “박근혜정부의 인사가 워낙 지연되면서 지난해 공기업 임원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씩 임기외 임기를 더 맡았던 것이 사실이다”며 “해당기관 인사담당자들은 내부적으로 인사준비가 돼 있는데 위에서(청와대) 결정을 안해주니까 인사를 못하는 것이라는 불만이 많았다”고 공기업 분위기를 전했다.
새누리당의 B의원은(3선)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집권초 워낙 인사검증 수요가 많은 것도 원인이지만 10~11개월이나 걸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밑에서는 (인사안을)올리는데 대통령 낙점이 안내려 온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1급 인사까지 다보니 인사적체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