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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23일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위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의 타협안에 대해 노사정 각측이 공히 내놓은 의견이다.
지난 9월 관련 특위가 만들어진 뒤 4개월이 지나 나온 타협안은 "노동시장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공감대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미래지향적 개편' '공동체적 시각' '현실에 대한 책무성' 등 타협안 문구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어느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은 찾아볼 수가 없다. 구체적 대안 등 세부 실행 방법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이번 타협안 도출의 배경인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다.
노사정위는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내년 3월까지 비정규직 문제 등 우선과제를 마무리하겠다는 약속을 담았다는 점에서 타협안의 의의를 찾고 있다.
김대환 위원장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구조개혁의 기본 레일을 까는 작업"이라고 평가하고 "이 레일 위로 후속조치를 위한 기관차가 힘차게 달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계 대표인 한국노총의 경우 고심이 깊었다. 정부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그동안 정규직 고용안정성을 해치는 방향의 언급이 잦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반노동 정책에 들러리만 서는 게 아니냐는 노동계 내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당장 '비정규직 양산법안 저지 긴급행동(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노총이 오늘 노사정위원회에서 박근혜 정권의 ‘장그래 죽이기 종합대책’에 합의해준다면, 이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파견허용 업종을 확대하겠다는 정부방침을 받아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정부가 연내 발표 예정이던 비정규직 대책을 포함, 임금과 근로시간, 정년 이슈 등 구조개선 세부내용을 노사정 테이블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시킴으로써 타협안에 동의했다.
김동만 한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관련 정책을 발표한다면 한국노총은 정부가 이번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고, 더 이상 사회적 대호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재차 강조했다.
따라서 이날 합의는 쟁점 현안에 대한 노사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가 강하다. 가장 비장한 쪽은 역시 노동계다.
한노총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정규직 과보호론 등 반노동적 안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만약 대화 테이블을 형식적으로만 마련해 놓고 노동계를 밟고 간다면 노동계도 전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9일쯤 예정됐던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 발표는 노사정위 테이블 위에 '정부안'으로만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테이블에 노동계 측 안과 사용자 측 안이 모두 올려져 한꺼번에 논의되는 식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동만 위원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기권 노동부장관 등 정부 측 위원들에게 노동계 의견이 반영되는 논의 구조를 재차 확인 받았다. 정부 측 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였을 뿐 아니라 김 위원장이 직접 약속했다.
이는 노동계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결과라기 보다는 구조개선의 추진하는 정부 입장에서 더 현실적인 결정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물론이고 임금과 정년, 근로시간 등 첨예한 노동사안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회의 입법절차를 거쳐야 하는 이상, 합의되지 않은 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커녕 사회적 갈등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물론 정부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규직 과보호 완화정책은 노사 간 타협점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부분이다. 노동계는 정부안이 노동시장을 정규직 끌어내리기를 통한 '하향평준화' 한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도 통상임금, 근로시간단축, 임금피크제 확산, 직무성과급 임금구조 개편 등 대부분 세부과제에서 노사정은 입장이 다르다. 여기에 노동계에서 강하게 주장하는 소득분배개선, 경제민주화·조세정의 실현은 14개 세부 과제 안에 들지 못한 상태라 관련 내용이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을지부터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