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봉, 범행날 밤 수원역 여인숙에 '달방' 마련
'교동 반지하방 시신훼손 목적' 사실로 판명
박춘봉(56·중국 국적) 토막살인 사건 현장인 매교동 주택에서 발견된 혈흔은 DNA분석이 불가능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결과가 나왔다.
박이 혈흔을 감쪽같이 닦았기 때문인데, 잔인한 수법에 철저한 증거인멸까지, '초범'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7일 박이 동거녀 김모(48·중국 국적)씨를 목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매교동 주택(전 주거지)에서 발견된 혈흔을 국과수에 보내 감정을 의뢰한 결과, DNA를 채취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박의 전 주거지를 감식한 지난 12일 루미놀 시약으로 간이검사한 결과 인혈반응을 찾아냈다.
혈흔을 채취한 경찰은 시료를 국과수로 보내 김씨 DNA와 일치하는지 분석해달라고 의뢰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경찰이 보내온 혈흔에서 DNA를 채취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최종 통보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박이 증거를 인멸하려고 여러가지 세제를 이용해 욕실을 닦았는데, 이 과정에서 혈액이 오염돼 DNA채취가 불가능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하면서 많은 혈액이 나왔을텐데 어떻게 DNA채취가 불가능할 정도로 증거를 인멸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본인도 어제(16일) 저녁 김씨를 전 주거지에서 목졸라 살해했다고 처음 시인했고, CC(폐쇄회로)TV 영상, 반지하방에서 발견된 신체조직의 DNA 등 여러 증거가 확보된 만큼 수사나 추후 공소유지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증거인멸에 철저했던 박은 매교동 전 주거지는 말끔하게 치웠으나, 교동 반지하방에서 두루마리 휴지에 튄 좁쌀만한 혈흔과 수도꼭지 뒷면에 묻은 인체조직을 간과하는 바람에 결국 덜미를 잡혔다.
이들 인체조직의 DNA는 피해자 김씨의 것과 일치했다.
경찰의 피의자 행적조사에서는 박이 범행 당일인 지난달 26일 밤 수원역 주변 한 여인숙에 한달치 '달방'을 마련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로써 교동 반지하방은 오로지 시신을 훼손할 목적으로 가계약한 것이라는 의혹도 사실로 입증됐다.
경찰은 박이 지난달 26일 밤부터 이달 3일 새벽까지 여인숙에 기거하면서 전 주거지와 반지하방을 오가며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은 행적에 대해 제대로 진술하지 않고 있어 수사진이 휴대전화 기지국을 근거로 이동경로를 파악해 추궁하고 있다"며 "어젯밤 뒤늦게 자신이 수원역에 여인숙 달방을 구한 사실을 진술해 현장에 가보니, 옷가지 등 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정작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곳에선 단 하룻밤도 자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간 경찰은 박이 범행 직후 부동산 사무실에 성명을 기재하지 않고, 해지할 휴대전화 번호만 제공한 점, 원룸치곤 욕실이 큰 방을 구한 점 등으로 미뤄 교동 반지하방은 오로지 시신을 훼손하기 위해 구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한편 경찰은 현장검증을 마무리함에 따라 오는 19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