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는 훈련 안 하는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최근 넥센의 12월 합동 훈련 여부에 대해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비활동 기간인 12월 해외 전훈을 계획했던 김성근 감독(오른쪽)의 한화에 더 예민해졌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김 감독이 11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훈련에서 황재규의 투구를 지켜보는 모습.(자료사진=한화 이글스)
'비활동 기간' 합동 훈련 논란으로 한겨울 프로야구가 뜨겁다. 규약상 금지된 기간에 강제성을 띤 훈련이 벌어지는지와 이에 대한 제재가 맞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15일 "넥센의 합동 훈련이 사실로 인정되면 엄중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매체에서 넥센 선수들이 홈인 목동 구장에서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에 넥센은 펄쩍 뛰었다.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훈련하는 중에 다른 일로 나와 있던 코치 1, 2명이 잠깐 봐준 것이 와전됐다는 주장이다. 선수들에게 강제로 나와서 훈련하라고 지시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선수협은 염경엽 넥센 감독과 통화하면서 오해가 풀렸다. 보도 내용과 다른 부분이 사실로 인정된 것이다. 이어 선수협은 "선수들의 개인 훈련에 코치진이 빠지겠다"는 넥센의 확약도 받아냈다.
▲"규정 어기려던 한화로 인해 단속 더 철저"다만 선수협의 화살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다름아닌 올 겨울 가장 뜨거운 팀 한화다. 선수협이 넥센에 대해 과민 반응으로 보일 만큼 강경 입장을 낸 것이 한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은 16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몇 년 동안 문제가 없던 규칙이 한화 때문에 잘 지켜지지 않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가 올해 12월 해외 전지 훈련에 일부 주축들을 포함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 규약 138조는 '구단 또는 선수는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 야구경기 또는 합동훈련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총재가 특별히 허가할 때나 선수가 자유 의사로 훈련하는 경우, 또는 전지훈련 관계로 선수들이 요청할 때는 1월 중순 이후 합동훈련을 할 수 있다'는 예외도 있다.
박 총장은 "단련이 필요한 신인 및 재활, 군 제대 선수들에 한해서는 선수협도 12월 훈련을 허락한다"면서 "그러나 한화의 전훈 명단을 보면 정말 아픈 선수는 1명뿐이고 올해 경기에 뛰었던 선수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0개월 동안 땀 흘린 선수들이 한달 남짓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봉사 활동도 할 수 있게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자는 취지와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한 구단 때문에 전체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박 총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부진했던 한화와 팬들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게 아니다"면서 "하지만 그러면 모든 구단과 감독이 훈련을 해야 하는데 기계가 아닌 이상 쉴 시간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규정 위반도 아닌데 왜?" 개정 필요성도
'이것이 바로 지옥 훈련'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뒤 진행된 마무리 훈련에서 혹독한 과정을 소화했다. 사진은 일명 지옥의 펑고를 받는 조인성(왼쪽)과 김회성.(자료사진=한화)
이에 대해 한화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규정을 어긴 것도 아닌데 애꿎게 지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님이 12월 전훈을 계획한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가능한지 여부를 선수협에 물었고, 안 된다고 해서 전훈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박 총장도 "김 감독님과 이 문제와 관련해 몇 번 통화를 했고, 수긍도 하셨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비활동 기간 무훈련을 '자살 행위'에 비유하는 등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훈련을 취소시켰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현재 우리 선수들이 합동 훈련을 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용규, 최진행 등 베테랑들이 일본 개인 훈련을 떠났고, 신인들이 서산에서 훈련 중일 뿐인데 명단을 공개할 수도 있다"면서 "무슨 규정을 위반했길래 선수협이 그러지는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비활동 기간 합동 훈련의 쟁점은 코치진의 유무다. 선수들의 개인 훈련이어도 코치가 개입되면 합동 훈련이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기간 선수들 모두 코치들의 지도를 원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크다. 2군이나 비주전, 어린 선수들은 하나라도 더 배우길 바라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고연봉 선수들이야 여건이 좋은 해외로 떠나거나 개인 트레이너를 쓸 수 있지만 저연봉 선수들은 구단 코치진이 가장 효과적인 훈련 파트너다. 더군다나 바쁜 스프링캠프 기간이 아니어서 자세히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호기다. 구단들이 "합동 훈련을 바라는 선수들도 있다"고 항변하는 이유다.
때문에 비활동 기간 합동 훈련 금지는 일부 상위 선수들만을 위한 혜택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괄적인 잣대보다 휴식과 재활을 원하는 중고참들과 기량 발전에 힘써야 하는 선수들을 구분하는 탄력적인 규정 적용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 강제성을 배제한 자발적 참여가 대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