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예술에서도 '갑질'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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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부당한 갑질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재벌 딸인 항공사 부사장은 마카다미아의 서비스 문제로 비행기를 리턴시키고, 분신 자살자가 나온 강남의 아파트에선 경비원이 또다시 폭행을 당했습니다. 예술계에서도 이 갑질은 예외가 없어서 서울시향의 대표가 직원들에게 폭언과 성희롱을 자행했다는 주장이 폭로되고, 그 대표는 시향이 지휘자이자 예술감독의 갑질 때문에 사조직이 되었다며 폭로했습니다. 약자에 대한 강자의 전횡이 대한민국의 트렌드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 서울 시민들은 학생들 급식비도 모자란다던 서울시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재단법인의 예술감독에게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고 있습니다. 연평균 14억 원에서 많게는 30억 원에 이르는 돈이 한 개인에게 세금에서 지불되고 있다는 상황은 시향의 정체성을 재점검하게 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명훈과 서울시의 계약서는 일부 팬들이 주장하는 "예술적 관행"과 거리가 있습니다. 상임지휘자는 연봉계약을 하고 그 기간 안에 일정한 수준의 공연 횟수를 정한 다음 그를 초과하는 상황에서만 지휘비를 책정해 지급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하지만 정명훈은 연봉 2억 2천 외에 회당 지휘료를 따로 계약했습니다. 그 금액이 현재 회당 4,800만원 수준인데 해마다 5%씩 자동 인상되어 이 금액에 이른 것입니다. 홍보마케팅을 목적으로 초상권을 사용하여 스폰서를 유치할 경우, 그 초상권이 전체 홍보마케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스폰서 금액의 30%이내에서 상호 합의한 금액도 받을 수 있습니다. 연중 회당 2매씩의 퍼스트클래스 비행기 티켓을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고, 심지어 받는 돈들은 유로화로 환전하여 입금해 줘야 합니다. 세계 최고수준의 객원 지휘자가 하는 계약을 상임지휘자 계약에 얹은 것으로 관례를 벗어난 특혜 계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명훈은 단원들의 인사권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매년 5%씩을 오디션이란 명목 아래 해촉하고 새 단원을 선정하고 평가하고 상벌위에 회부하는 권리가 모두 그에게 있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 시향의 대표는 거의 경영지원실장 정도의 권한 밖에 없는 것입니다. 직원을 뽑는 데에는 물론 대표를 선임하는 데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으니 시향이 그의 사조직이었다는 평가가 과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물론 그 때문에 시향의 수준이 올라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까지 서울시의 산하단체였던 곳이 재단법인으로 독립했다는 사실을 빼고 성과중심의 평가를 하면 그것 자체가 사실 왜곡입니다. 재단법인이 되며 30억의 운영비가 130억 이상으로, 4명이던 직원이 30명으로 늘어났고, 후원협찬금도 맘껏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단순히 매출을 비교하면 웃음거리가 됩니다. 좋아졌다는 소리도 일반 단원들보다 회당 연주비를 12배나 더 받는 실력파 외국 단원들이 일시적으로 만든다는 지적도 있었고, 독일 그라마폰에서 낸 음반 제작비나 외국 투어공연의 거의 모든 경비를 다 세금으로 내고 있는데 무슨 성과냐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게다가 시향의 악기와 단원들이 정명훈 감독 아들의 오케스트라 공연에 무단 임대되는 일이나 외국 투어 공연에 감독 부인이 예술감독이란 명칭을 달고 동행한다면 관례를 한참 벗어난 범법행위들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갑질은 사라져야 합니다. 예술적 관행이란 이름으로 갑질을 당연시 한다면 단언컨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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