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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신장 아닌 심장으로' 스몰라인업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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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공식 페이스북)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4-2015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휴스턴 로켓츠의 경기.

4쿼터 중반까지 쉴 새 없이 리드를 주고받으며 접전을 펼쳤던 두 팀의 균형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골든스테이트의 지휘봉을 잡으며 NBA 사령탑으로 데뷔한 스티브 커 감독의 과감한 한 수 때문이었다.

커 감독은 팀이 79-80으로 뒤진 4쿼터 종료 8분22초 전, 작전타임 이후 포워드 안드레 이궈달라를 빼고 슈팅가드 클레이 톰슨을 투입했다. 워리어스가 극단적인 스몰라인업을 꺼내든 것이다.

코트에 서있는 선수 중 최장신은 203cm의 포워드 해리슨 반스였다. 포워드 드레이먼드 그린과 포인트가드 션 리빙스턴, 톰슨의 신장은 201cm, 스테판 커리는 188cm다.

커 감독은 반스와 그린에게 골밑을 맡겼다. 나머지 1~3번 포지션의 선수들이 포지션 대비 신장이 좋다는 점을 믿고 '무한' 스위치 디펜스로 높이 열세의 약점을 메우겠다는 계획이었다.

목표는 명확했다. 공격력의 극대화다. 커리와 톰슨은 설명이 필요없는 정상급 스코어러. 리빙스턴과 그린은 시야와 패스 능력이 좋고 공이 없을 때 움직임이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스는 이날 양팀 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뜨거운' 선수였다.

워리어스는 4쿼터 중반부터 약 3분 동안 휴스턴의 득점을 3점으로 묶은 사이 13점을 몰아넣어 96-89로 앞서갔다. 휴스턴의 케빈 맥헤일 감독은 뜨끔 했다. 작전타임을 불러 213cm의 장신 도나타스 모테유나스를 활용하는 공격 패턴을 주문했다.

하지만 모테유나스에게 골밑 패스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연거푸 실책이 나왔다. NBA에서는 크다고 볼 수 없는 201cm의 신장으로 파워포워드를 맡고 있는 그린이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연거푸 가로채기를 해낸 덕분이다.

신장은 작았지만 발은 더 빨랐다. 계속된 스위치로 상대를 괴롭혔다. 골든스테이트 선수들에게 포지션은 의미가 없었다. 커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선수들의 신장은 비슷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골든스테이트가 휴스턴의 추격 의지를 꺾은 결정적인 장면은 모두 수비에서 나왔다. 리빙스턴이 패트릭 베벌리의 베이스라인 외곽슛을 블록했고 톰슨은 하든의 골밑슛을 손으로 막았다. 선수들은 상대 슛이 실패할 때마다 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휴스턴은 신장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드와이트 하워드의 무릎 부상 공백이 아쉬웠다.

반면, 골든스테이트는 활발한 볼 로테이션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휴스턴은 종료 1분12초 전, 주전 멤버들을 모두 빼고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마지막 1분은 '가비지 타임(garbage time)'이었다.

결국 골든스테이트는 휴스턴을 103-95로 제압하고 올 시즌 NBA 전체 최다 기록인 14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전적은 19승2패, 부동의 NBA 전체 1위 기록이다.

지난 10일 국내 프로농구 경기에서도 '스몰라인업'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울산 모비스의 궁여지책(窮餘之策)이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장염 때문에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었고 아이라 클라크는 지쳤다. 그래서 194cm의 문태영을 센터로 활용하는 스몰라인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때까지 스코어는 38-36, 부산 KT가 근소하게 앞서갔다. 스몰라인업이 가동된 4분이 지난 뒤에는 모비스가 49-47로 전세를 뒤집었다. 외국인선수가 빠진 위기를 스몰라인업 카드로 버틴 것이다.

높이의 열세를 인정하고 들어간 시간 동안 모비스는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점수를 내줬다. 하지만 그 이상을 득점했다. 문태영은 상대와의 매치업에서 높이는 밀려도 스피드는 한수위였다. 그가 공을 잡고 공격할 때도 상대에게는 미스매치였다.

높이를 포기하는 대신 기동력을 비롯한 다른 장점을 극대화하는 스몰라인업 전술을 현대 농구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쉽지만은 않다. 끊임없는 수비 로테이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수비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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