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대 중반으로 하향조정하면서,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내년 정부 예산은 이번에도 4% 성장을 전제로 편성돼 또다시 이른바 '세수펑크' 현상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DI는 10일 하반기 경제전망자료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치보다 0.3%p 낮춘 것인데, 연구원 측은 대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사실 이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예상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대내적으로도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않거나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다른 연구기관이나 외국계 투자은행 등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나 노무라 증권 등도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3%대 중반으로 봤고, BNP파리바(3.3%)처럼 아예 3% 초반까지 낮춘 곳도 있다.
내년 4% 성장을 장담하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도 이날 YTN미래전략포럼에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최 부총리는 “당초에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실질 4%, 경상 6.1% 정도로 전망을 했지만, 최근의 대내외 여건 변화로 볼 때 다소간의 하방리스크가 생기는 그런 상황“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문제는 382조4천억원으로 확정된 내년도 정부 예산수입이 성장률 4%를 가정하고 편성됐다는 점이다. 최근 기관들의 전망치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
최근 3년 간 정부가 낙관적으로 성장 전망을 하고 이것이 결국 어긋나면서, 작년에 8조5천억원, 그리고 올해도 10조원이나 되는 세수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재정 여건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아우성을 치는 가운데서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예산 당국의 어긋난 장밋빛 습관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