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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의 휴대전화로 460여 통의 전화공세를 한 대부업체 직원… 그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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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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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공익법 판결]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무차별적인 채권추심으로 직장에서, 집에서, 길거리에서 곤란을 겪기도 하고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가 많다. 물론 빌린 돈이기에 갚아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채무자라는 이유만으로 생활의 어려움과 위협적인 상황에 처하는 것까지 감수하여야 하는 걸까. 약정이자 10여 만 원을 지급하지 못하자 채무자의 집과 핸드폰 등에 460여 통의 전화공세를 한 대부업체 직원에 대한 사건을 소개한다.

간판업에 종사하는 A 씨는 2002. 9. 6. 대부업체로부터 2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이율은 연 65.7%, 약정이자지급일은 매월 2일로 정하였다. A 씨는 2003. 9. 2.에 지급하여야 할 약정이자 10여 만 원을 지급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대부업체 직원은 지급을 독촉하기 위하여 A 씨의 집과 핸드폰 등에 460여 통의 전화를 걸었고, 화가 난 A 씨는 대부업체 직원을 상대로 업무방해죄로 고소하였다.

하급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하급심에서는, 460여 회의 전화 중 실제 통화가 된 것은 19여 회에 불과하고 오전 8시 이전이나 오후 8시 이후에는 A 씨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속해서 걸려오는 전화 그 자체만으로도 심리적 압박감과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대부업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은행이나 카드사와 같은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소외된 저신용자들로서 사회·경제적으로 곤궁한 약자들이라는 점까지를 감안해 볼 때 피해자에게 소액의 지연이자를 문제 삼아 무차별적인 전화공세를 하는 식의 채권추심행위는 사회통념상의 허용한도를 벗어나 경제적 약자인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위력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특히 대법원은 소규모 간판업을 경영하는 A 씨로서는 업무상 휴대폰의 사용이 긴요한데 대부분의 전화가 그 휴대폰에 집중된 이상 이로 인하여 A 씨의 간판업 업무가 방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많은 사람이 채무에 대한 고통과 과도한 추심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위 판결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대부업체로부터 이러한 무차별적인 전화공세가 있는 경우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수도 있지만, 올해 7월 15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시행된 채무자 대리인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란 채무자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면 대부업체가 채무자와 직접 접촉하지 못하고 대리인을 통해서만 접촉하도록 한 제도이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이미 미국, 영국,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다. 미국은 1977년 공정채권추심법(FDCPA)이 제정될 당시부터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두고 있다. 영국도 소비자신용법(CCA)에서 "정당한 객관적 이유 없이, 채무자나 대리인의 허락 없이 지정된 대리인을 무시하고 직접적으로 채무자에게 연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채무자 등이 법적 대리인을 선임하거나 법적 절차에 착수한 이후에는 직접 채무자 등에게 채권추심 행위를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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