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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영란법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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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전 대법관. (자료사진)

 

국민권익위가 지난 24일 김영란 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원안을 대폭 후퇴시킨 검토안을 새누리당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법안처리를 지연시켜왔던 정부 여당이 이제는 법안내용을 후퇴시킨 누더기 법안을 처리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김영란 법의 핵심 내용은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대가성과 무관하게 가족이 받는 금품·향응도 처벌 대상으로 삼아 공직 사회의 청탁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김영란법은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국무회의 상정조차 되지 않다가 지난해 8월에야 원안에서 후퇴한 정부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국회에서도 제대로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세월호 참사에서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부패 고리가 확인되면서 이를 단절시키는 최선의 방안으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국민권익위가 보고한 안은 부정청탁의 개념을 축소하고 부정청탁의 예외 사유도 기존 4개에서 7개로 늘렸다.

부정정탁을 받은 공직자의 '의무신고'를 규정하고 있는 원안의 내용을 '임의신고'로 수정했고, 부정청탁에 대한 처벌도 1회 청탁 시에는 처벌에서 제외하고, 동일한 부정청탁을 반복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토록 수정했다.

여기에 친족간 금품수수 허용 예외 사유 가운데서도 '부조의 목적' 부분을 삭제해 친족간 금품 수수를 전면허용했다.

법안내용을 대폭 수정하면서 김영란법 원안은 누더기가 되고 이제는 짝퉁만 남게 됐다.

최근들어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2010년 178개국중 39위였으나 지난해는 177개국 중 46위로 떨어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에 해당하는 하위권을 기록했다.

세월호 참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한 시점이다.

법안 후퇴에 대한 논란이 일자 권익위 측은 "법안 논의 과정에서 있었던 다양한 내용을 참고로 만든 자료일 뿐"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원안대로 하면 될 것을 원안보다 크게 후퇴한 안을 참고자료라고 만든 것 자체가 국민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설상가상으로 새정치연합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관련해 모든 상임위를 보이콧하면서 김영란법 심사까지 이뤄지지 않아 연내 처리조차 불투명해 지고 있다.

이미 서울시에서는 단돈 1,000원이라도 주고받거나 공금을 횡령하면 처벌하는 이른바 '박원순법'을 지난 8월부터 시행한데 이어 서울시 산하 18개 투자·출연기관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김영란법은 법안내용이 더 이상 후퇴해서도 안될 것이고 더 이상 처리를 지연해서도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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