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장님 나빠요"라는 유행어를 낳은 코미디 '블랑카'의 실제 주인공은 한국에 사는 결혼이주여성, 외국인노동자들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텐징 민수 씨는 블랑카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자 작가 박범신의 소설 '나마스테'의 실제 주인공이다.
네팔 출신 티베트인인 그는 현재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이 땅에서 살면서 서울 종로에 있는 국내 유일의 티베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티베트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그는 다문화가정을 이뤄 한국인으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단절과 외로움 속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텐징 민수 씨는 최근 결혼이주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 '안녕, 투이'(감독 김재한, 제작 메이드인필름)의 특별 시사회에 초청돼 영화를 봤는데, 자신의 남다른 감회를 편지로 남겼다.
27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실제 베트남 배우 닌영 란응옥이 극중 남편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결혼이주여성 투이로 분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영화를 본 텐징 민수 씨는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사는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계속 늘어나 현재 27만 명을 훌쩍 넘었다"며 "시사회에 초대받아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갔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에 대해 집중조명한 영화여서, 베트남 여성이 주인공이라 더더욱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많은 질문과 의미를 한국 사회에 던진 안녕 투이는 시종일관 제게 한국에서 겪은 여러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며 "저는 외국인노동자로 살다가 현재는 한국인 아내와 함께 아이 셋을 키우는 사회의 일원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외치던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갔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이주해 오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이 있다. 한국 사회가 더 많이 그들을 품어 주고 배려해 줄 수 있기를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바랐다"고 덧붙였다.
텐징 민수 씨는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모습으로 다양하게 살아간다. 영화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어느 한 부분에 대해 부각시켜 사회에 대한 일침을 줄 수 있는 것 또한 문화가 가진 힘일 것"이라며 "영화보다 더한 현실이 실제 우리들의 삶에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 헤쳐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면에서 영화 안녕 투이가 문화의 힘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한편 20일 서울 명동에 있는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는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 관련 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안녕 투이의 특별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경남 창원 이주여성쉼터 운영위원장인 설미정 씨는 "가정폭력 등 다양한 문제로 쉼터에 오신 이주여성들을 모티브로 안녕 투이를 제작하게 됐다"며 "이 영화가 극단적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제 경험으로는 훨씬 더 안 좋은 일이 여전히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