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는 승부차기 직전 골키퍼를 박준혁에서 전상욱으로 교체 하려다 실패했지만 정작 승부차기에서 박준혁이 상대의 슈팅 4개 가운데 2개를 선방하며 FA컵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자료사진=성남FC)
대중에 널리 알려진 사자성어 '전화위복(轉禍爲福)'은 의도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상황이 나에게 도움이 될 때 흔히 쓰는 문구다.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에서 FC서울을 만난 성남FC는 말 그대로 짜릿한 '전화위복'을 경험을 하며 세 번째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성남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정규시간 90분과 연장전 30분까지 다소 불안하게 성남의 골문을 지키고도 승부차기에서 위력을 발휘한 골키퍼 박준혁이다. 하지만 2014년의 FA컵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쥔 박준혁이 성남 우승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까지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사실 김학범 감독은 이 경기의 승부차기를 앞두고 지난 전북 현대와 준결승과 마찬가지로 골키퍼를 박준혁에서 전상욱으로 교체하려고 했다. 당시 성남은 골키퍼 교체 효과를 보며 적지에서 K리그 클래식 우승팀 전북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성남의 계획은 예상하지 못하게 틀어졌다. 성남 선수들이 공격을 시도하기 위해 공을 일부러 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상욱이 선수 교체를 기다리자 서울은 공격하지 않고 공을 돌리며 시간을 끌었다. 상대의 작전을 무산시키려는 서울의 계획은 적중했다. 결국 성남은 골키퍼 교체를 하지 못했고, 전상욱은 다시 쓸쓸히 벤치로 돌아가야 했다.
성남의 선수 교체 계획은 실패로 끝이 났지만 승부차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과거 풋살대표팀으로 맹활약했을 뿐 아니라 대구와 제주 시절 동물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던 박준혁은 연장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곧바로 전상욱에게 달려갔다. 전상욱도 자신의 승부차기 비법을 박준혁에게 전수하며 교체 투입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비록 계획은 틀어졌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박준혁이 서울의 첫 번째 키커 오스마르가 오른쪽 구석을 노려 찬 공을 정확하게 저지한 데 이어 세 번째 키커 몰리나가 왼쪽 구석으로 때린 슈팅까지 완벽하게 가로막았다. 박준혁의 선방에 힘입은 동료들은 4명의 키커가 모두 교체 투입된 서울 골키퍼 유상훈을 무너뜨렸다.
승부차기에서 맹활약하며 대회 MVP까지 수상한 성남 골키퍼 박준혁은 "사실 오늘 경기를 안정적으로 하지 못했는데 상욱이 형이 몸을 풀고 있는 것을 봤다. 그런데 다시 파카를 입는 모습을 보고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시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팀에 보탬이 돼서 다행"이라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학범 감독은 "전상욱을 바꾸려고 했던 것은 상대에 심리적인 부담을 주기 위해서였다. 선수교체가 실패했지만 오히려 더 잘됐다고 생각했다. 걱정하지 않았던 것은 박준혁의 몸이 더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준혁은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 키커 4명 가운데 2명의 슈팅을 정확하게 방어하며 동료들에게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