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모래판, 내년에는 꼭 접수할 거에요' 15일 열린 천하장사씨름대축제 여자부에서 아쉽게 결승 진출이 무산된 뒤 내년을 다짐한 스페인 미녀 장사 모니카 마티아.(김천=임종률 기자)
스페인 미녀 장사가 씨름 원조 한국 모래판을 강타했다. 첫 출전에 3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IBK기업은행 2014 천하장사씨름대축제'가 열린 15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 이날은 대한씨름협회가 최초로 주관한 여자 천하장사 대회가 8강전부터 열렸다.
관중석에서는 벽안의 이방인이 발휘한 절묘한 기술에 연신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주인공은 모니카 마티아(27). 8강전에서 마티아는 패기의 권수진(18)을 2-1로 누르고 4강까지 진출했다.
무엇보다 기술이 돋보였다. 첫 판을 안다리로 따낸 마티아는 둘째 판을 들배지기로 내줬으나 운명의 셋째 판에서는 밭다리로 상대를 눕혔다. 발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해냈다.
▲韓 씨름 한 달 배우고 3위 기염이번 대회 유일하게 외국인 4강 진출자. 총 69명의 출전 명단 중 외국인 선수는 4명이었으나 실제로는 3명이 나섰다. 이 중 마티아만 8강에 이어 4강에 올랐다. 그만큼 씨름 본고장 한국 선수들의 벽이 높았다.
마티아 역시 결승행은 이루지 못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 김한솔(20, 대구 미래대)에 잇따라 들배지기로 경기를 내줬다. 키와 몸무게 모두 6kg, 6cm나 앞선 체격의 한계를 이기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스페인의 힘' 모니카 마티아가 15일 천하장사 대회 4강전에서 상대를 멋지게 눕히고 있다.(김천=대한씨름협회)
그럼에도 마티아는 첫 방한에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목표했던 천하장사에 오르지 못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예선전에서는 올해 추석대회 무궁화급(75kg 이하) 우승자 이진선(대구일반)을 꺾기도 했다.
한 달 정도 한국 씨름을 배운 것 치고는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마티아는 경기 후 "(4강전에서) 졌지만 처음 와서 준결승까지 오른 것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명수 KBS N 해설위원은 "체격 조건과 힘이 워낙 좋기 때문에 내년, 혹은 후년이면 스페인 선수들이 장사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씨름 열정 대단 "천하장사 될 때까지 도전"사실 마티아는 스페인 전통 씨름인 루차카나리아를 연마했다. 5년 경력이 있었기에 짧은 시간에 한국 씨름을 습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기술의 한국 씨름은 낯설다. 마티아는 "움직임, 특히 발 동작이 어렵다"고 털어놨다.(그럼에도 발 기술로 4강에 올랐다. 주특기는 앞무릎치기다.)
미모와 달리 씨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특히 처음 접한 한국 씨름에 흠뻑 매료됐다. 스페인에서는 아프리카를 포함해 5~6개 나라 출신 선수들이 겨루지만 개인전은 없다. 단체전 경기만 치러지는데 이마저도 많지 않다는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티아는 "내년에도 참가할 것인가"는 질문에 "왜 못 오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천하장사가 될 때까지 오겠다"고 다짐했다. 공동 3위 상금(200만 원)에 대해서도 "내년 대회에 대비해서 경비로 쓰겠다"고 강조했다.
마티아는 어린이 학교 국어 교사다. 그러나 체육도 가르치고 있다. 남자 친구 역시 씨름 선수다. 마티아는 "서로 대결을 하면서 사랑도 커간다"고 귀띔했다. 한국 씨름판에 신선한 자극을 준 스페인 미녀 장사의 도전은 앞으로도 쭉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