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곤 울산대 감독이 19일 '2013 전국대학씨름 문경최강전' 단체전 결승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번 대회는 김감독의 30년 지도자 생활의 마지막 대회였다.(문경=대한씨름협회)
'2013 KBS N 전국대학장사씨름 문경최강전' 단체전이 열린 19일 경북 문경실내체육관. 결승전에서는 경남대가 4년 만에 최강단 탈환의 기쁨을 누렸고, 선수들이 얼싸안고 기뻐했다.
모래판 한쪽에서는 작달막한 체격에 개량한복을 입은 노구의 지도자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쓰러진 선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며 다급하게 본부석 쪽으로 걸어갔다. 울산대 김재곤 감독(59)이었다.
내년 환갑을 맞는 김감독에게 이번 대회는 30년 지도자 삶의 마지막 대회. 그러나 개인의 영욕보다는 결승전 마지막 판에서 오른 무릎을 다친 제자의 안위가 더 먼저였다. 시상식 행사에서도 빠진 채 김감독은 제자인 서경진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는 것을 지켜본 뒤에야 인터뷰에 응했다.
김감독은 지난 1984년 현대 코끼리 씨름단(현 현대삼호중공업) 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이후 황경수 감독과 함께 천하장사 10번을 이룬 이만기 인제대 교수, 털보 이승삼 현 창원시청 감독 등 현대 씨름단의 10년 전성기를 고스란히 이끌었다. 김감독은 "프로 통산 98번인가 우승했는데 86년인가, 87년에는 전 대회를 석권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1993년 8월부터 울산대 지휘봉을 잡은 뒤 올해로 21년째 팀을 이끌었다. 김감독은 "우승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칠규, 신봉민 등 예전 천하장사들이 김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최근에도 지난 5일 씨름 왕중왕전 한라장사(105kg 이하) 손충희(울산동구청) 등 제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박영배, 아까운 선수…씨름 제 2의 전성기 올 것"하지만 숱한 제자들 중 평생 잊지 못할 선수가 있다. 바로 최근 심장마비로 숨진 고(故) 박영배 전 백두장사다. 지난 2005년 첫 백두급을 제패한 박영배 장사는 이듬해 심장 부정맥 진단으로 모래판을 떠났다가 2009년 복귀했으나 곧 은퇴했다. 개인 사업을 하던 지난달 22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졌다.
김감독은 "울었다"며 고인의 비보를 들었을 때를 짧게 말했다. 이어 "울산대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장사도 많이 하는 등 성적도 좋았는데 아까웠다"면서 고인의 사고가 자신의 잘못인 것마냥 얼굴이 어두워졌다. 결승전 직후 김감독이 쓰러진 서경진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닌 모습이 더욱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김재곤 울산대 감독이 19일 대학씨름 최강전 단체전 결승에서 제자가 승리를 거두자 빙긋 웃고 있다.(문경=대한씨름협회)
그러나 곧 "마지막 대회였는데 준우승에 그쳐 시원섭섭하다"며 표정을 고쳤다. 30년 세월을 정리하는 게 간단치만은 않은 것이다. 김감독은 "씨름장에서 청춘을 다 보냈는데 그동안 정든 모래판 현장을 떠난다"며 웃었다.
'기술 씨름의 달인'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이기수 트라스포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예전에 씨름을 정말 잘 했던 분"이라면서 "키는 작아도 거구인 이준희 장사에 들배지기를 하더라"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