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한중 FTA의 '득과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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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 편중 더욱 심화시킬 수도

박근혜 대통령(오른쪽),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는 한쪽에서 이익을 보면 다른 쪽에선 그만큼 손해를 봐야 한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있는 무역협정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 결과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국내 갈등 요인과 상대국과의 어려운 협상을 감내하면서 FTA를 체결하는 데는 두 나라 모두에게 더 많은 유익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 간 관세 등의 무역장벽을 낮춤으로써 제 3의 경쟁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무역 조건을 서로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똑같은 제품이라도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 낮은 관세가 적용되면 제3의 경쟁상대국보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 면에서 유리해 진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2년 3월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2년이 지난 올 3월 미국과의 교역규모는 4.1% 증가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 체결로 실질국내총생산(GDP)이 5년 후 0.95∼1.25%, 10년 후에는 2.28∼3.0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두 나라 사이에 무역장벽을 낮춰 교역이 활성화되면 비교우위에 있는 국내 산업은 유리한 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손해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한중FTA의 경우 우리가 중국에 비해 앞서 있는 제조업 분야는 득이 많은 반면 농업은 실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한중 FTA 체결은 국내 제조업 가운데 전체적으로 화학, 기계, 전기·전자 등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석유화학제품은 높은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SK경제연구소는 "가격에 의해 경쟁력이 결정되는 석유화학 제품의 특성상 관세 1~2%가 수출량을 결정짓는다"며 중국의 수입관세가 5~6% 대에 이르는 합성수지 제품을 비롯한 석유화학 제품은 관세철폐에 따른 수출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한·칠레 FTA로 6%였던 칠레의 수입관세율이 무관세로 바뀐 이후 우리나라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은 10배 증가했다.

화장품을 비롯한 일부 소비재와 한류에 기반한 문화컨텐츠의 중국 수출에도 상당한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화장품 시장은 연 218억 달러 규모로 세계에서 3번째로 크다. 특히 한류에 힘입어 국산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관세 인하가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전자업계의 경우 상당수 제품들이 이미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춰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국내에서 직접 제조, 수출하는 프리미엄 가전 등 일부 품목의 상품들은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술력의 빠른 발전관 함께 소형 가전은 오히려 국내 경쟁심화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자동차의 경우 완성차가 완전히 제외됨으로써 아쉬움을 남겼다.

비록 기아현대차가 중국 현지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고급 차종을 중심으로 국내완성차의 판매증가를 내심 기대해 왔으나 물거품이 됐다. 다만, 부품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면에서 유리해 진다.

IT는 이미 전세계에서 90% 이상 시장이 개방됐기 때문에 한중FTA의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소프트웨어 플랫품 업체들은 중국자본의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하면서도 거대 자본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업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중FTA에 대한 효과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효과를 과장하는 것에 경계하는 시각도 많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중국 수출의 절반을 가공무역에 의존하는 우리의 무역구조를 감안하면 FTA의 실제 효과는 중국과의 무역 규모에 비례할 만큼 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공무역은 우리나라에서 부품을 만든 뒤 중국에 보내 조립, 판매하는 형태인데, 이 같은 가공무역의 경우 이미 관세를 면제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공장을 둔 자동차나 전자제품의 경우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농업은 한중 FTA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다.

한미 FTA 체결 당시 농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실제 산업에 미치는 파장에 있어 중국과의 FTA와 비교가 안된다. 미국의 경우 쌀과 쇠고기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우리와 먹거리가 겹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중국산이 이미 우리 식탁의 상당 부분을 점령한 사실이 보여주듯 먹거리는 중국과 우리가 거의 비슷하다. 또한 농산물은 신선도가 중요한 변수인데 지리적으로 근접한 중국은 이 점에서도 미국보다 훨씬 큰 위협이 된다.

다행히 고추, 마늘, 양파와 소고기, 돼지고기, 사과, 배 등 610여 개 품목이 관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농축수산물은 거의 모든 품목에서 중국산이 국내산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싸기 때문에 헐값에 밀려드는 중국산 농수산물로 인한 농어민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실제 중국은 협상 기간 내내 우리측에 농산물의 관세 인하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아직 농산물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율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금도 참깨 등 중국산 밭작물에 최고 수백퍼센트의 높은 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중국산 농산물은 시중에 넘쳐나고 있다.

뚜렷하게 기술 우위가 없는 상당수 중소기업도 중국산 저가 공산품들에 밀려 더욱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중FTA 타결에 따른 득실이 산업간, 대기업. 중소기업 간에 편중됨으로써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부의 집중 현상이 더욱 가중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미국, 칠레 등과 FTA 체결이 늘어나면서 국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농촌과 중소기업의 몰락이 심화됐다는 지적과 함께 한중FTA가 이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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