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서도 풍경 (문수경기자)
정부는 지난 1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립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지원센터 건설을 보류했다.
올해 30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지난달 공사업체 선정을 위해 공고까지 한 뒤에 돌연 이를 취소한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과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총리실은 당초 해명자료에서 “독도 입도시설 건설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독도입도지원센터는 안전관리, 환경, 문화재 경관 등과 관련해 추가 검토가 필요해 입찰공고를 취소한 것으로, 이 외에 결정된 바는 없으며 추가 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계장관 후속조치를 통해 밝혀진 내용을 보면 기존에 확보한 예산은 다른 곳에 전용하고 “내년도 예산에 국회가 다시 반영하지 않도록 대응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말이 보류지 사실상 건립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이 문제가) 이슈화가 되지 않도록 해수부 장관이 경북도 및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설명 등 초기대응을 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이 문제가 민감한 사안임을 알고 이슈화 되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이다.
환경오염을 우려해 건설을 보류한다는 정부의 해명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맞서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종합해양과학기지 건설, 방파제 구축, 입도지원센터 건립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독도해양과학기지 건설이 취소된데 이어 이번에는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마저 보류했고, 방파제 사업 역시 2012년 설계가 마무리됐으나 예산 반영이 되지 않아 착공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실효적 지배 강화 차원에서 취해진 조치가 모두 백지화된 셈이다.
정부가 입도지원센터 건립 보류라는 조치를 취하게 된 데는 조용한 외교 원칙을 고수해온 외교부의 강한 입장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가 조용한 외교를 하는 동안 일본은 더 적극적으로 독도 영유권 주장을 펴왔다.
시마네현에서 해마다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하고 교과서와 일본 정부의 방위백서에서도 독도영유권을 노골화하고 있다.
독도 문제는 일본과의 마찰을 피한다고 해서 피해질 사안이 아니다.
애초에 건설계획이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독도 영유권 강화 조치라고 대내외적으로 밝힌 정부의 조치를 취소하는 것은 오히려 일본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쯤되면 조용한 외교가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굴욕적 외교이며,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는 조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