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아, 힘내자' 삼성 선발 윤성환(왼쪽)과 불펜 안지만이 5일 넥센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대구=삼성 라이온즈)
삼성 윤성환(33)이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해 아픔을 씻고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윤성환은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과 한국시리즈(KS)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 쾌투를 펼쳤다. 삼성의 7-1 승리를 이끈 윤성환은 경기 MVP에 올랐다.
과감한 승부가 돋보였다. 윤성환은 이날 최고 구속은 141km에 불과했지만 특유의 명품 커브와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볼 배합으로 맞섰다. 몸쪽 직구로 상대 타자들을 위협한 뒤 바깥쪽 커브로 힘을 뺐다.
윤성환의 정면 승부에 넥센 타선은 4회 박병호의 홈런을 빼고는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윤성환의 공을 공략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특히 지난해 KS 아픔을 씻었다. 지난해 윤성환은 1선발의 특명을 안고 두산과 KS에 나섰지만 2경기 1패 6⅔이닝 17피안타(2피홈런) 평균자책점 13.50으로 부진했다. 2012년 SK와 KS에서 2승 평균자책점 0.79의 빼어난 성적은 온데간데 없었다.
하지만 팀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넥센과 1승1패 동률을 이뤘다.
▲"박병호에게 커브 쳐보라고 또 던졌다"
경기 후 윤성환은 "팀이 이겨서 너무 좋고, 어제 져서 중요한 경기라 생각했다"면서 "부담감도 있었지만 집중력 있게 던졌고, 팀이 이겨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커브 승부에 대해서는 "넥센 타자들이 내가 커브를 던지는 건 다 알기 때문에 포수 이지영과 많이 얘기했다"면서 "바깥쪽을 많이 공략했고 슬라이더 직구를 적절하게 섞은 게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병호에게 맞은 홈런에 대해서는 "커브로 승부했는데 박병호가 잘 친 것 같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두 번째도 커브인데 쳐보라고 던졌는데 뜬공이 됐다"고 웃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었다.
상대 강정호와 내기에 나섰던 후배 안지만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했다. 3일 KS 미디어데이에서 안지만은 "첫 대결 때 초구 직구로 승부하자"는 강정호의 제안에 대해 "무조건 하겠다"고 응수했다. 1, 2차전에서 비록 둘의 맞대결은 없었지만 큰 관심거리다.
이에 윤성환은 "지만이가 와서 얘기했는데 '이택근한테 질문을 당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이어 "자기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도 했다"며서 "(미디어데이인 만큼) 재미있게 얘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발 등판이 예상되는 6차전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윤성환은 "몸을 잘 만들어서 마지막 경기라 최선을 다해서 팀이 이기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