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다렸는데...' 삼성은 4일 넥센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회 승부처에서 안지만(왼쪽)을 아끼고 차우찬(오른쪽)을 밀어붙였다가 강정호에게 역전 홈런을 내줬다.(대구=삼성 라이온즈)
넥센 주장 이택근은 지난 3일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미디어데이에서 삼성에 다소 도발적인 제안을 했다. 삼성 필승 불펜 안지만에게 "만약 강정호와 첫 대결에서 초구를 직구로 던져 승부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안지만은 "자존심 싸움인 것 같다"면서 "무조건 던지겠다"고 맞받아쳤다. 일종의 기싸움이었다. 강정호 역시 "나도 직구에 자신이 있다"면서 "좋은 승부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류중일 삼성 감독은 "볼로 던지겠죠"라고 은근한 걱정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구종을 알면 타자가 유리하게 때문이다. 여기에 강정호는 올해 유격수 최초로 한 시즌 40홈런-100타점(117개)을 올린 강타자. 자칫 장타를 허용할 수 있었다.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S 1차전에 앞서도 마찬가지였다. 류 감독은 안지만과 강정호의 초구 대결에 대해 "직구도 종류가 많으니 자기(안지만)가 알아서 하겠지"라면서도 "가운데로 던지면 등신이지"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예고 직구는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1차전에서 이 대결이 펼쳐질 뻔했다. 2-2로 팽팽하게 맞선 8회초 넥센 공격이었다. 선발 릭 밴덴헐크에 이어 7회 1사에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은 8회 선두 타자 박병호를 사구로 내보냈다.
다음 타자는 강정호. 차우찬이 좌완임을 감안하면 우완 안지만이 나올 만했다. 강정호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좌타자 상대 타율이 4할1푼3리, 출루율이 5할6푼4리, 장타율은 무려 9할3푼3리에 이르렀다.
올해 강정호가 차우찬과 상대한 적은 없지만 분명 위험한 타자였다. 게다가 다음 타자도 김민성이었다. 김민성은 올해 차우찬에게 2타수 2안타로 강했다.
하지만 삼성은 그대로 차우찬으로 밀어붙였고,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차우찬은 볼 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로 밀렸고,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던진 5구째 슬라이더가 실투로 들어갔다.
내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강정호가 이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4-2, 팽팽하던 승부의 추가 일순간에 기울어진 순간이었다.
삼성은 뒤늦게 투수를 심창민으로 바꿨지만 이미 승부가 결정된 뒤였다. 결국 삼성은 2-4 패배를 안으며 류 감독이 경기 전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1차전을 내줬다. 강정호는 당연히 경기 MVP에 올랐다. 포스트시즌 3경기 연속 홈런이다.
삼성으로서는 KS를 앞두고 "컨디션 최고"라며 자신감을 보였던 안지만의 등판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결과론이지만 넥센의 심리전에 말려 먼저 1차전을 내주고 KS를 시작한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