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삼성그룹이 직무적합성 평가를 도입하는 등 채용제도 전면 개편안을 발표하자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은 '사실상 서류전형의 부활 아니냐'며 술렁였다.
'직무 에세이'를 통한 직무적합성 평가 도입 등의 개편안에 대해 취업준비생들은 "서류전형이 없었던 삼성의 특성이 사라진 것 같다"는 반응을 우선 보였다.
졸업 한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 중인 서울 모 대학의 박모(24·여)씨는 "지금은 일정 수준 성적과 어학 점수만 갖추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있지만 SSAT 전 서류평가 단계가 생긴다면 정량 평가로 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대학이나 학점, 토익 등 스펙에 따른 줄세우기가 따를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씨는 "혹시 삼성이 다른 기준을 만든다면 이에 맞춘 또 다른 준비 열풍이 불 것이고 다른 기업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신모(27)씨는 "나 같은 지방대생에게는 좋지 않다"며 "이전에는 누구나 전부 SSAT를 볼 수 있어 공평했지만 이제는 서류에서 학교를 보고 한차례 거른다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한양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조모(26)씨는 "서류전형이 부활했다고 본다"며 "누구나 SSAT를 봐서 통과하면 면접까지 기회가 있었던 삼성만의 채용 특성이 사라지고 다른 기업과 같아진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직무 관련 평가를 에세이로 거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학생 수준에서는 전공 관련 수업이나 학점 등이 대부분인데, 결국 전공 관련자를 우선 합격시키는 다른 기업과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재학생 김모(26)씨는 "SSAT를 보려면 모든 응시생이 직무 에세이를 내야 하므로 응시생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될 것 같다"며 "전반적으로 삼성이 SSAT에 인원이 몰리고 사회적 시선이 부담스럽다 보니 사실상 다른 기업과 전형을 유사하게 운용하면서 응시생한테 기업의 부담을 전가한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른바 '삼성고시'로 불리는 SSAT에 매년 20만명의 응시자가 몰리는 등 사회적 낭비라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적합한 변화라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윤모(24·여)씨는 "삼성만 들어가려고 고시 공부하듯 학원 다니고 인터넷 강의 들으며 재수, 삼수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기업에 적합한 인재 선발 방식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이모(27)씨는 "진작 서류 전형을 거쳐 SSAT를 봤어야 한다고 본다"며 "SSAT 시험장에 가면 결시자도 많은데 기업 입장에서도 돈 낭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