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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오 대위' 일기장 심리부검… 유족들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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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 괴롭힘에 우울장애"… 유족·군인권센터 "노 소령에게 강제추행치상죄 적용해야"

자료사진 / 노컷뉴스

 

이른바 ‘오 대위 사망사건’은 직속 상관인 노 모 소령의 성추행과 가혹행위로 인한 우울장애 등이 직접 원인이었다는 심리부검 결과가 나왔다.

군인권센터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오 대위의 일기장과 유서 등을 토대로 전문가에게 심리부검을 의뢰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오 대위가 겪었던 직장 내 괴롭힘, 적응장애, 주요 우울장애가 모두 오 대위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심리부검에는 국립공주병원과 충남광역·화성시 정신건강센터, 수원시자살예방센터,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전문의 등 모두 7명이 참여했다.

심리부검 결과를 보면, 오 대위는 15사단으로 전입오기 전까지는 자살 요인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총기사고로 목숨을 끊은 한 사병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왜 그랬을까 싶고’라고 일기에 쓸 정도로 오 대위는 자살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 대위는 “노 소령의 가혹행위, 모욕, 구타, 성추행으로 인해 ‘우울 기분이 있는 적응장애’를 겪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주요우울장애라는 정신질환 상해를 입게 됐다”고 심리부검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다만, 오 대위는 노 소령의 가혹행위에 대해 일기장 등에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았다.

4일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고(故) 오 대위 사건 심리부검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오 대위의 아버지가 눈물로 진상 조사를 호소하고 있다. / 박종민 기자

 

이에 대해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박진아 팀장은 “오 대위의 일기장을 보면 욕설이나 험담이 거의 없는데 타인에 대한 적개심이 본인 내부로 향하는 반동형성이 작동하면서 표현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이어 “그 공격성이 차라리 자신을 괴롭힌 사람을 향해 표출됐다면 오 대위가 자살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면서 “군이라는 구조 자체가 그렇게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화성시정신건강증진센터 전준희 팀장은 “상관에 대한 욕설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도 품위있게 대하려는 자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괴롭힘이) 심해지면서 우울장애 등이 나타난 것으로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또, 오 대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일기에 “계속 토하고 이러다 내가 어떻게 될 것 같아서 무섭다, 두렵다”거나 “장염 폭발, 복통이 너무 심하다”고 쓴 점 등을 토대로 우울증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점도 이들은 확인했다.

오 대위의 유가족과 군인권센터 등은 이같은 심리부검 결과를 토대로 군 고등검찰부에 노 소령의 공소사실을 강제추행치상죄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유족 측 강석민 변호사는 “가혹행위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발병하면 이를 상해죄로 의율한 사례가 있다”고 공소장 변경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또, 노 소령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명령에 대한 공소제기를 해줄 것도 군 검찰에 촉구하기로 했다.

오 대위의 아버지는 기자회견에서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우리 딸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울먹였다.

앞서, 2군단 보통군사법원은 노 소령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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