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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거칠게 다뤄야'…왜곡된 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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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탐닉한 대한민국…성교육이 대안이다①]

노컷뉴스는 지난해 '성에 탐닉하는 대한민국' 기획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문화 현실을 고발했다. 이러한 성문화의 기저에는 왜곡된 성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대안으로 성교육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순서
①'여자는 거칠게 다뤄야'…왜곡된 性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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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크라이="" 마미="">의 소재가 된 '밀양 고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 전 국민을 공분하게 만든 조두순·김수철·고종석 사건 등 연일 크고 작은 성폭력 범죄가 끊이질 않는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2 범죄 분석' 통계 자료를 보면, 성폭력 범죄(성폭행·강제추행 등)가 2007년 1만 3,634건에서 2011년 2만 2,034건(2011년)으로 4년 사이에 무려 61.6% 급증했다.

하루 평균 60.4건, 시간당 2.5건이 발생한 셈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2003, 봉준호 감독)에서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이 이단옆차기를 하며 외치던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야" 대사가 그냥 웃고 넘길 수준이 아니다.

논란이 일 정도로 큰 성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발표했다. '신상 공개'·'전자발찌'·'화학적 거세'·'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처벌 강화'·'양형 기준 강화'·'CCTV 설치' 등이 그 대책이었다.

대책이 나오면 성범죄는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처벌 당장의 효과는 낼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처벌이라는 단기적 방편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안전한 사회 인프라 구축과 왜곡된 성 의식·성문화를 바꾸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 중학생 5명 중 1명, "폭력이 여성을 흥분시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08년 발표했던 '청소년 성 의식 및 행동 실태와 대처 방안 연구'를 보면 청소년의 성 의식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전국 남녀 중고생 2,36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남자 중학생의 27.3%, 고등학생의 30%가 '여자는 겉으로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남자가 강압적이기를 바란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했다.

'남자가 여자를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문항에는 전문계 여고생의 21%가, '여자는 남자가 거칠게 다룰 때 성적 자극을 느낀다'는 항목에는 남자 전문계 고교생의 24%, 중학생의 21.9%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측은 2008년 이후 청소년 성 의식에 대한 연구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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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성 의식은 제대로 된 성교육 없이 주로 음란물, 그것도 가학적인 성 정보를 접한 탓이 크다. 음란물이 무조건 성폭력이라는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왜곡된 성 의식이 실제 생활에 영향을 미쳐 성폭력 등 최악의 일탈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할 부분이다.

실제로 미성년자가 가해자인 성범죄 사건을 집단 상담한 결과, 가해자들은 대부분 음란물을 통해 성 관련 정보를 습득했다고 밝혔다. 또 범죄를 ▲술 마신 김에 ▲호기심에 ▲친구가 시켜서 ▲놀이 삼아 심심해서 등의 이유로 저질렀다고 대답했다.

최근 들어 왜곡된 성 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커 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형식적인 성교육으로는 올바른 성 의식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교과서에 실린 성교육 내용은 정자와 난자, 남녀의 신체 차이, 임신, 출산 등 생물학적 설명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다.

성교육을 '성' 자체만을 다룬다는 인식도 문제다. 성교육 전문가들은 "단순히 '성' 자체만을 다루는 것은 지극히 '성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라며, "성이 여성과 남성의 관계성을 포함해 인간관계, 성 평등, 피임법 등 전반적으로 심도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성교육 시작해야

그렇다면 몇 살부터 성교육을 시작하면 좋을까? 시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다수가 의견을 같이한다.

청소년 때부터 해도 늦지 않겠냐고 생각하면, 그건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2012년 발표한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성관계를 경험한 10대의 비율은 4.3%였다. 성 경험이 있는 10대들의 성관계 시작 나이는 2006년 13.9세, 2009년 13.8세, 2012년 13.6세로 점차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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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초등학생까지 쉽게 음란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초등학생 역시 왜곡된 성 의식으로 성범죄를 자행한 사례가 많다.

지난달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 3명이 같은 마을에 사는 20대 지적장애 2급 여성을 성폭행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누가 먼저 성폭행할 것인지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 뒤 휴대전화에 저장된 음란물을 보며 범행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래서 성교육 전문가인 구성애 대표(푸른아우성)는 여러 강연을 통해 "음란물에 우리 아이들의 성교육을 빼앗기고 있다"며 "음란물 같은 잘못된 자료를 통해 성을 알게 하느니 과감하더라도 처음부터 제대로 알려주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한다.

2009년 유네스코에서 발간한 '조기 성교육 지침서'는 5세부터 성교육을 권장하며 이에 적합한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5세 어린이도 이미 성적으로 충분히 발달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성교육 전문가들 역시 "나이가 몇이던 신체를 인식할 때부터 자연스러운 교육이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유아기 때 "단순한 신체 차이와 특징을 넘어 가치관 형성도 함께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 기사 : 우리 아이가 성에 눈을 뜬 걸까요? (유아기 성교육)

도움 : 굿네이버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사)푸른아우성
자문 : 임정혁. 경기도 오산 거주. 7살, 5살, 2살짜리 세 딸을 키우는 딸바보 아빠. 전 화성여성회 성 평등 강사단 교육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법무부 법교육 출장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집·학교·교회 등 1년에 300회 정도 성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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