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브로커', 누구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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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의 그늘②] 약국의 '약점' 악용해 권리금 챙겨

약국이 병원에 휘둘리고 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사 처방전에 따라 약사의 수익이 매겨지면서다. 병원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신세가 되다 보니, 약국들은 손해와 편법을 감수하면서 병원 유치 총력전에 나섰다. '병 주고 약 준다'는 이미 옛말인 시대. CBS는 '리베이트 줘야 처방전 주는' 의약분업의 실태와 대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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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스템이 갈수록 왜곡되면서, 약국이나 병원 개업 장소를 중개해주는 것만으로도 거액을 챙기는 이른바 '약국 브로커'들이 활개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브로커는 약국으로부터 '권리금'을 챙긴 뒤 병원에는 일부를 '지원금'으로 떼주면서 막대한 차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곁에 가려거나, 곁에 두려 할 수밖에 없는 약국의 '약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 약국에 권리금 받아 병원에 지원금…컨설팅 업체의 ‘농간’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약국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병원과의 거리', 그리고 의사의 '처방전 발급 건수'다.

이러다 보니 '슈퍼 갑(甲)'인 병원에 갈수록 종속되면서 약국의 입지 또한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일단 말 그대로 물리적 위치 선점이 쉽지 않다.

서울 관악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 씨는 "번번이 약국 자리 선정에 실패하면 결국 컨설팅 업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며 수소문 당시의 고충을 털어놨다.

약국의 고충이 브로커들에겐 바로 '입지'인 셈이다. 문제는 이들 브로커들이 법정 중개 수수료를 훌쩍 뛰어넘는 '컨설팅 비용'은 물론, 수천만 원대의 권리금을 요구하는 등 불법적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분양비용은 분양비용대로, 컨설팅 비용은 컨설팅 비용대로 내야만 한다"고 했다. 이들 브로커들이 한 번에 받는 컨설팅 비용은 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에 이른다.

◈ "처방전 많은 이비인후과는 권리금 3000만 원"

특히 병원이 가깝거나, 장사가 잘되던 약국 자리를 그대로 넘겨받는 경우엔 '권리금' 명목으로 비용이 추가된다. 브로커는 또 이 권리금 일부를 병원측에 '지원금'으로 떼준다.

약국 컨설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권리금은 인근 병의원 입지 조건, 하루 처방건수, 매약 규모 등을 약국 수익구조로 따져 책정한다"며 "작업비나 점포개발비라고도 부른다"고 했다.

약국이 마련해 넘긴 권리금 일부는 병원에 '지원금'으로 흘러간다. 서울의 한 병원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병원 진료과목에 따라 지원금 액수는 다르다"며 "처방전이 많이 나오는 이비인후과의 경우 3000만 원쯤 된다"고 했다. 일정 수준 이상 처방전이 나오는 내과와 가정의학과 경우도 지원금은 2000만 원 수준에 이른다.

병원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다만 "피부과나 정형외과는 처방전이 거의 없어 약국 지원이 힘들다"며 "다른 병원과 함께 들어간다면 1000만 원 정도는 가능하다"고 했다.

◈ 약사간 '권리금 경쟁' 부추겨…개업 '하늘의 별따기'

결국 '분업된' 약국과 병원 사이에 브로커가 '창업'한 형국인데, 기존 보증금이나 임대료와 별도로 중개 수수료나 권리금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약사 A 씨는 "하루 70~100건의 처방전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병원이라면, 의사에겐 보통 권리금 5000만 원을 준다"며 "브로커에게도 1000만~3000만 원 정도를 따로 챙겨주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좋은 자리에 약국을 내려면 브로커를 외면하긴 힘들다는 게 약사들의 얘기다.

동시에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약사들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결국 권리금 자체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약국 개업이 점점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마는 배경이다.

◈ 거액 권리금 줬는데…조건 못 미치는 곳도 수두룩

브로커들은 이런 경쟁의 '틈새시장'마저 내버려두지 않는다. 약국 자리를 구하는 약사들에게 "다른 약사는 권리금 5000만 원 주겠다던데" 하는 식으로 흥정을 붙여 권리금을 계속 부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A씨는 "일부 브로커는 건물주 몰래 미리 자리를 잡아놓는다"며 "좋은 자리는 아는 약사들에게 먼저 주기도 한다"고 했다.

"악덕 브로커들의 농간을 잘 모르는 '초짜' 약사들은 개업 비용을 모두 날리고 문 닫는 경우도 많다“는 것. 더 심각한 문제는 1억 원 가까운 권리금을 내고 약국을 열어도, 실제 영업 환경은 계약 당시 조건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점이다.

주변 병의원들의 처방전 발행매수를 부풀리는 수법이 주로 사용된다. 브로커들이 약국에 사기를 치는 셈이다.

또 다른 약사 B 씨는 "권리금을 얼마 주더라도 영업 유지만 되면 괜찮은데 그게 안 되는 게 문제"라며 "하루 100건쯤 된다던 처방전은 실제 운영해보니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B 씨는 특히 "당시 브로커가 '병원을 여러 곳 유치해주겠다'며 권리금을 세게 받았다"며 "하지만 들어온 병원은 한 곳이어서 피해가 막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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