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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놓고 서울시립미술관과 천 화백 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천 화백 측은 서울시립미술관 측이 천 화백의 그림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환을 요청했다. 시립미술관 측은 이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시립미술관 측은 오히려 천 화백의 그림을 더 잘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2층에서 전시되고 있는 그림을 1층으로 옮기는 계획 등을 제안했지만 천 화백 측이 불가하다고 밝혀 난감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천 화백 측은 서울 시립미술관이 '거짓'을 얘기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 천경자 화백 측 "애물단지 취급 안돼…되돌려 달라"천 화백의 상설전시실인 '천경자의 혼'은 2002년부터 10년 넘게 2층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대규모 기획전 등을 유치하고 미술관 구조 변경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천 화백의 상설전시실을 1층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천경자 전시실과 다른 전시실의 공간이 겹치기 때문에 전시를 위한 동선이 단절된다”며 "이런 불편을 줄이고 더 많은 시민에게 천 화백의 그림을 공개하기 위해 1층으로 옮기는 방안을 천 화백측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정세환 의원은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보물에서 애물단지가 됐다"며 박원순 시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애물단지 논란이 벌어지자 천 화백의 딸인 이혜선(70)씨는 어머니의 그림을 반환해 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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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화백 측 "그림이 없어질까봐 불안하다"천 화백은 1998년 그림 93점을 고건 시장 시설 서울시에 기증했다.
천 화백과 함께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이 씨는 24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의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대중이 어머니의 그림을 좋아해줬기 때문에 어머니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대중에 대한 보답으로 기증을 했다"며 "후세 사람들이 어머니 그림을 보며 용기를 얻고 배우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이 씨가 그림의 반환을 요청하게 된 배경은 그림이 제대로 보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는 "기증했던 뜻과 달리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면서 그림을 그대로 둘 수가 없다"며 "계속 시립미술관에 그림을 맡긴다면 언제가는 그림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이어 전시실을 1층으로 옮기자는 시립미술관의 제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씨에 따르면 지난 해 4월 이 씨가 한국에 왔을때 이 씨의 지인이 이 씨와 김홍희 시립미술관장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 김 관장은 전시실을 1층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1층으로 옮기려면 대리인인 나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밝히고는 자리에서 나왔다"며 "그 이후 시립미술관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전시된 그림을 교체할 때도 "어머니의 사연과 그림을 잘 아는 자신과 그림 배치 등에 대해 상의를 하자는 뜻이었다"며 "그림 교체를 절대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시간이 지나면 남는 건 돈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라 문화다"라며 "어머니 그림들을 살려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