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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아저씨'를 바라보는 사법부의 엇갈린 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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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관행을 깨고 소시민으로 돌아오는 고위법관의 행렬에 후배 판사들이 말 못할 '딜레마'에 빠졌다.

전관예우 논란을 불식시키는 아름다운 행보라는 평가가 주류지만, 전직 고위 법관들의 이른바 '탈(脫)금전주의' 경향이 향후 후배들의 변호사 개업이나 로펌행(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능환(사법연수원 7기) 전 대법관은 퇴임 뒤 편안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아내가 차린 편의점에서 일하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줘 화제가 됐고, 이강국(사법시험 8회) 전 헌법재판소장 역시 로펌행이 아닌 법률구조공단에 무료법률봉사를 시작했다.

'딸깍발이' 청빈 법관으로 유명한 조무제(사법시험 4회) 전 대법관 역시 월급을 쪼개 모교 후배를 꾸준히 도와온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퇴직 대법관들이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2010년 김영란(사법연수원10기) 전 대법관 이후 본격화됐다.

김 전 대법관보다 앞서 퇴임한 대법관들 가운데 개업하지 않은 사람은 교편을 잡은 조무제 전 대법관 등 3명에 불과했지만 2010년 이후 퇴직한 대법관들 중 상당수는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도 이강국 소장을 시작으로 이 같은 경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전직 고위법관들에 대해 세간의 찬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선배들의 '아름다운' 인생 이모작 행보를 보는 사법부 내부의 시각은 다소 복잡하다.

◈ "사법부 신뢰 세워준 선배 법관 자랑스러워"

전직 고위법관들의 행보가 화제가 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현직 법관들로서는 전관예우 부담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이 같은 경향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다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관은 법관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자리"라며 "선배들이 이렇게 해주셔야 전관예우 논란도 없어질 것이고, 이들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음으로써 후배들에게 전관예우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위 법관들이 '전관'으로 나타나 후배 법관을 만날 일이 줄어들면 판결을 하는데도 심적으로 훨씬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후배들 입장에서는 항상 사법부 신뢰가 고민인데 선배 법관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몸소 실현하시는 모습 보여주시니깐 후배 법관 입장에선 존경스럽고 자랑스럽고, 본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 많이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재경 판사는 "대법원 내에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개업울 두고 오래전부터 논의가 있었다"며 "김영란 전 대법관을 시작으로 대법관들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일각에선 "로펌행(行) 법관 반감생길까 걱정"

반면 일부에서는 전직 고위법관들의 변호사 개업 여부를 일종의 '선과 악'의 흑백구도로 보는 시선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편과 해도 상관없다는 입장 모두 나름의 논리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고 해서 지지하거나 비판할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공직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꼭 나쁜 것은 아니"라며 "평생 판사로만 일하던 개인이 변호사 개업을 해서 새로운 분야를 알아 가는 것도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 역시 "전직 고위법관들 중 변호사개업을 하는 비율이 줄어들고,이런 모습들이 알려져 국민들의 박수를 받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후배로서는 솔직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변호사개업을 하지 않는 전직 고위법관들이 칭송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거나 로펌을 가는 전직 고위법관들에 대한 반감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다른 판사는 "개개인이 처한 환경이나 요건이 모두 다를 수가 있는데 법관을 그만둔 다음 다른 직업(변호사)을 갖는 것 자체를 너무 안 좋게 보는 여론이 형성되지는 않을까 걱전된다"며 "가족이나 친척을 부양하는 경우 연금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는 분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단일화 된 기준을 갖고 그에 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을까, 전직 법관들에 대한 평가가 너무 과도하게 쏠리는 것은 좋지 않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귀띔했다.

◈ 검찰조직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확대돼야

다른 한편에서는 '법원식 모델'이 검찰조직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전관예우는 법원보다 검찰이 많다. 옷 벗고 나가서 개업한 변호사들이 언제 다시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등 자기 조직 수장으로 돌아올지 모르는데, 현직 검사들이 전관 변호사들을 다른 변호사들처럼 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들어 검찰 내부에서 나오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말을 단순히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말 속에는 공직을 떠나 로펌으로 갔던 인사가 다시 고위공직자로 돌아오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변호사가 된 선배를 소홀히 했다가 불이익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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