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4년간 ''한우물'' 아르바이트로 취업 성공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 2005-02-04 13:07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졸업반 주재찬씨, 신입생부터 화훼단지서...못 견디고 그만둔 사람도 100여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저의 적성이 무언지 알게 됐죠. 지금은 평생직업이라 여기며 저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어요.''''

용돈마련이나 사회경험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되는 아르바이트도 한 우물만 열심히 파면 좋은 직장이 될 수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신의 적성을 발견, 평생직업으로 삼은 한 대학생이 있다.

이번 달에 대학교를 졸업하는 주재찬씨(27·전북대 사학과 4년). 그는 대학 신입생때인 지난 98년 5월 완주군 용진면 구억리에 위치한 대규모 화훼단지(중앙식물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후 4년 넘게 초지일관하다 지난해 11월 정식직원이 됐다.

대학생 대부분이 자신의 적성대신 천편일률적으로 공무원·교사를 선택하는데 비해 몇 배의 노력과 수고가 요구되는 원예계통에 뜻을 뒀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그는 오늘도 가장 좋아하는 ''''종려죽 금산''''을 손질하며 ''''제주도 여미지식물원''''을 능가하는 우리 나라 최고 식물원을 운영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한뼘 한뼘'''' 가꿔 나가고 있다.

''''3년전 돌아가신 아버님이 당시 병환중이셨기 때문에 제 학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어요. 7년전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비오듯 하던 더운 날에 집에서 그 먼 식물원까지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걸어갔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아요.''''

평소 듣도 못한 겐차·아레카야자·팔손이·남천·종려죽같은 관엽식물 관리에서부터 판매, 전국 방방곡곡으로 배달까지 나가야 하는 고된 일이었다. 학교강의가 끝나고 과친구 대부분이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시간이나 주말, 방학때 술자리같은 온갖 유혹도 뿌리쳐야만 했다. 주말에 산과 바다로 놀러 가는 친구들을 볼 때면 솔직히 서러울 때도 많았다.

하지만 군생활을 제외한 지난 4년여간 단 한차례도 지각하거나 결근하지 않은 타고난 성실함과 친화력은 그를 결국 전국 유명 식물원의 반듯한 직원으로 이끌었다.

일을 시작한 후 채 3일을 못 견디고 그만둔 아르바이트생이 100여명에 달할 정도로 고된 작업을 묵묵히 이겨낸 그의 뚝심도 한 몫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관엽식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복수전공으로 원예학을 배웠어요.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이 일이 제 적성에 맞는 것 같고 장래성도 좋아 결국 직업으로 선택했죠.''''

농고를 졸업한 후 지난 35년여 동안 자수성가해 전국 최대 규모의 식물원을 일궈낸 사장 심정섭씨(52)도 그의 든든한 후원자이다.

기초부터 제대로 배우게 하겠다는 심 사장의 혹독한 교육과 부족한 학비·용돈까지 선뜻 도와준 자상함은 오늘의 그가 있게 한 중요한 밑거름이다.

심 사장은 ''''''''이쁨도 다 저한테서 나온다''''는 옛말이 있듯이 너무나 성실하고 손님들한테도 친절해 고정단골까지 있을 정도이니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직업의식이나 책임감이 남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화훼산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그동안 알바를 하면서 착실히 모은 돈으로 가족빚까지 모두 청산한 그는 이번 달부터 더 큰 꿈을 위해 적금을 붓고 있다. 좀 더 체계적인 원예학 공부를 위해 조만간 야간대학원에도 입학할 계획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만큼 몇 배의 어려움과 노력이 뒤따라야 겠지요. 하지만 힘들어 하기에는 제가 아직 젊잖아요.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한올한올 저의 꿈을 소중히 가꿔 나갈 겁니다.''''

새전북신문 한재일기자 hji75@sjbnews.com/노컷뉴스 제휴사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