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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 출범을 50일 정도 앞두고 현 정부에서 갑작스럽게 검찰총장 인선에 속도를 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주 9명으로 구성되는 검찰총장 추천위 인선을 마치고 8~14일까지 추천 절차에 들어간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사상 처음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통해 검찰총장을 임명할 예정인데, 굳이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인선작업을 시작한 데에는 다른 정치적 계산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다.
일단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경우 다른 장관 후보자와 달리 추천위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또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검찰 조직이 불안정하게 운영되고 있는 점도 인선에 속도를 내는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일명 '알박기 인사'를 한 게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추천위를 가동시키면 박근혜 당선인도 제동을 걸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정권 막판에 자기 사람을 심어 놓으면 향후 전(MB) 정권을 향한 수사가 이뤄질 때를 대비한 '보험' 성격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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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두고 민주통합당 등에서 "이동흡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시절, BBK 특검법 위헌 의견 등 이명박 정권에 유리한 의견을 내 온 헌법재판관 출신"이라며 전형적인 보은 인사라고 비판의 날을 세운 것도 이런 해석에서다.
하지만 전·현 정권의 이해관계가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와 대통령직 인수위 측이 한 목소리로 "박근혜 당선인과의 교감 아래서 인사 절차가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이 배경이다.
7일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를 놓고 현 정부와 새로 들어설 정부 사이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추천위원회는 개정된 검찰청 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고, 협조가 잘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때도 박근혜 당선인과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을 1순위로 올렸는데, 박 당선인 측에서 이 후보자를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즉 실질적인 인사는 박근혜 당선인 의중이 반영돼 인수위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 정부에서 어느 정도 인사를 진행시킬 경우 박 당선인은 향후 인사 관련 비판에서 한발 비켜갈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에서 지명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야당의 집중포화는 현 정권에 쏟아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각하 의견, 친일파 재산 국가 귀속에 대한 일부위헌 의견을 내는 등 국민 감정과 다소 동떨어진 이 후보자의 입장은 박 당선인보다 현 정부와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 인선도 역시 비슷한 흐름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보수색이 짙거나 특정 지역에 편중된 인사라면 또다시 논란이 불가피할 텐데, 이에 대한 비판 또한 현 정부의 몫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일정은 후보추천위에서 3명 이상의 후보군을 추천하면 법무부 장관이 1명의 후보를 다시 추천하는 절차가 남았다.
검찰 파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권 장관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진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도 권재진 장관이 지명하고 추천된 3명 중에서 1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천거한다면 권 장관의 의중이 절대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되겠지만 박 당선인으로선 3명 중에서 1명을 고를 수밖에 없는 실정임을 감안한다면 권 장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더 많이 반영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3명 중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후사(?)를 맡길 만한 인물을 후보군 3명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형식이든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야당에서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권재진 장관이 후임 정권의 핵심인 검찰총장 인선에까지 관여한다면 자칫 검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일부 여당 내에서 검찰총장 인선 진행에 대해 "너무 앞서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물러가는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당선인 측과 협의하는 형식을 빌린다고 할지라도 새 정부의 법무장관에게 추천위를 맡기고 물러가는 게 순리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정치검찰의 오명을 만들어낸 장본인들이 끝까지 검찰을 장악하려는 의도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며 "박 당선인도 추천위를 가동시키도록 동의했다면 역시 검찰총장 인선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꼼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