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방송일 : 2012년 11월 22일 (목) 오후 6시■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 연 :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정관용> 어젯밤 문재인, 안철수, 안철수, 문재인 후보, 후보 단일화 토론이 펼쳐졌습니다. 다양한 평가가 지금 내려지고 있고요. 제가 사회를 봤기 때문에 저는 현장에 쭉 있었습니다만, 잠시 후에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연결해서 토론에 대한 평가 이야기 들어보고요. 그리고 오늘 오전에 두 후보가 직접 만났는데도 아직 단일화 협상은 타결되지 않고 있다고 그러네요. 그 이야기도 좀 들어보겠습니다. 고 박사님?▷고성국> 안녕하세요?
▶정관용> 누가 더 잘했어요?▷고성국> 정관용 앵커가 제일 잘하셨어요. (웃음)
▶정관용> 아니, 저 말고요.▷고성국> 문재인 후보가 조금 우세했던 것으로 저는 느꼈습니다.
▶정관용> 그 이유는요?▷고성국> 역시 토론은 자신감이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상황을 주도하는 능력이라고 그럴까요? 그런 여러 가지 점에서 문재인 후보가 뭐 경험이 좀 많아서 그랬겠습니다만, 또 준비도 철저히 한 느낌도 여러 군데에서 보이고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토론 주도에서 좀 앞섰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문재인 후보한테 좀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정관용> 하긴 문재인 후보는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TV 토론을 한 바 있고요. 그렇지요? ▷고성국> 그럼요.
▶정관용> 안철수 후보는 사실상 TV에서 상대방과 토론한 것은 처음이라고 봐야지요?▷고성국> 예.
▶정관용> 그동안 TV 출연을 했지만...▷고성국> 그게 TV에서만이 아니고, 글쎄요, 제가 이렇게 단정 짓는 것은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식의 맞짱토론은 별로 해보지 못했을 겁니다.
▶정관용> 그렇겠지요.▷고성국> CEO 경험이 그런 맞짱토론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정관용> 회의성 토론을 하는 거지요, 그냥.▷고성국>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또, 보통 사람들이 이렇게 정말 일대일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토론하는 경험은 일생에 몇 번은 안 되거든요.
▶정관용> 맞아요.▷고성국> 그런 의미에서도 굉장히 낯선 토론을 안철수 후보가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조금 어려운 점이 있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관용> 문재인 후보, 아까 자신감, 주도력, 철저한 준비 등을 강점으로 꼽으셨는데, 그래도 약점이 있다면 어떤 게 보이셨어요?▷고성국> 조금 경직되어 보였어요. 그러니까 자신감도 있고 토론도 주도하면, 그러면 좀 여유도 보여줄 수 있는 거거든요.
▶정관용> 그런데 뭐 어제 두 분 다 별로 여유가 없더라고요.▷고성국> 예, 그래요. 그 점이 이제 워낙 단일화 룰이라든지 또는 의원 정수 문제라든지, 또는 인적 쇄신을 둘러싼 서로 다른 해석이라든지, 이게 하나하나가 정말 지뢰밭 같은 그런 토론을 어제 100분 동안 한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렇게 여유를 갖기가 참 쉽지 않은 토론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그래도 최고 리더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잖아요.
▶정관용> 그러게 말이에요.▷고성국> 예, 그래서 이제 그런 대통령 후보에 걸맞은 어떤 그런 여유, 또 그런 의미에서 좀 약간은 한두 번은 좀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킬 수 있는 그런 유머, 이런 것들을 저는 사실 기대하면서 봤는데요.
▶정관용> 그러게요.▷고성국> 그 대목이 좀 아쉬웠습니다.
▶정관용> 룰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는 게 아마 제일 큰 원인이 아닌가, 저는 현장에서 그렇게 느꼈고.▷고성국> 두 후보가 아마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압박을 지금 받고 있지 않겠습니까?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래서 뭐 오죽하면 제가 웃으라고 해도 못 웃으시더라고요.▷고성국> 그러게 말이에요.
▶정관용> 안철수 후보도 나름 강점과 약점을 정리해주시지요.▷고성국> 안철수 후보는 사람들한테 이를테면 착한 철수, 이런 이미지가 있잖아요. 거짓말은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은 이미지, 그런 이미지가 어제 토론에서 비교적 잘 살아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아는 정치인의 화법과는 전혀 다른 화법을 쓰잖아요.
▶정관용> 그렇지요.▷고성국> 그런데 그것이 뭐 좀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게 안철수 스타일이다, 라고 지지자들이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는 자기 스타일대로 토론을 했다. 보통 좀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정치인들은 뭐 코치하는 대로 따라가다가 자기 색깔도 잃어버리고 실수로 토론도 잘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안철수 후보가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점에서 안철수의 색깔을 나름대로 잘 드러낸, 그런 점은 저는 평가해주고 싶습니다.
▶정관용> 그러나 이제 약점이라면 상대적으로 자신감이나 이런 게 좀 떨어졌던 것?▷고성국> 예, 그리고 공세를 취하지 못했어요.
▶정관용> 맞아요.▷고성국> 이게 뭐 무작정 공격하는 것이 다 좋은 건 아닙니다만, 특히 맞짱토론일 경우에는 어쨌든 주도권을 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정관용> 그렇지요.▷고성국>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첫 질문에서부터 안철수 후보를 이제 압박하고 추궁하면서 이제 분위기를 잡아버린 거지요. 그러니까 여기에 대응해서 안철수 후보도 그 다음 토론 주도 기회에 그런 방식으로 토론 주도를 좀 하려고 했어야 하는데...
▶정관용> 알겠습니다.▷고성국> 그 준비가 좀 안 되었던 것 같네요.
▶정관용> 시청자들이 어제 토론을 지켜보고 문재인 쪽으로 해야지, 뭐 안철수 쪽으로 해야지, 이런 여론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고성국> 좀 생겼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문재인 지지자들 중에도 상황에 따라서 안철수를 지지할 수 있다, 또 안철수 지지자들 중에도 상황에 따라서 문재인을 지지할 수 있다, 라고 말하자면 유동률이라고 그러는데요.
▶정관용> 그렇지요.▷고성국> 지지자를 옮길 수 있다고 답한 유권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니까, 그런데 옮기려면 뭔가 구체적인 계기나 근거가 있어야 되잖아요. 지금까지 그런 근거나 계기가 안 주어졌는데, 어제 100분이지만 그런 계기와 근거들을 나름대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면 어, 막상 토론을 보니까 역시 내 선택이 옳았다, 라든지, 역시 아닌 것 같아, 라든지 이런 여러 가지 판단들을 이제 복합적으로 했을 거고요.
▶정관용> 그러면 고 박사님의 평가대로 따르면 문재인 후보 쪽으로 옮겨가는 유동률이 조금 더 많을 거라고 보나요?▷고성국> 다소라도 저는 더 있을 것 같습니다.
▶정관용> 그래요.▷고성국> 이게 이제 안철수 후보 쪽에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들릴지 모르겠는데요, 그러나 어떡합니까.
▶정관용> 알겠습니다.▷고성국> 두 후보가 국민 앞에, 지지자들 앞에서 자신들의 준비된 모습을 유일한 기회이고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이것이 영향을 주는 것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겁니다.
▶정관용> 자, 오전에 두 후보가 만났는데 어쨌든 결렬이 일단 되었고. 다시 만날 것인지도 아직은 지금 불명확한 상태인 것 같고요. 한 마디로 전망해보시지요, 될까요?▷고성국> 아이고, 큰일 났습니다. 만약에 이런 사태로 단일화 룰을 후보가 직접 만났는데도 결국은 타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단일화 안 된다. 뭐 다들 그러면 어디 이민이라도 가야 된다고들 그러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어떻게든 하긴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시간에 쫓겨서 하다 보면 감동은 다 사라지고, 정말 어쩔 수 없어서 한 것으로 되니까 승자도 패자도 상처를 너무 크게 입을 수 있거든요. 좀 걱정이 많이 됩니다.
▶정관용> 오늘 중에는, 그래도 오늘 밤 중에라도 어쨌든 끝내면 그나마 좀 뭔가 극적인 타결, 이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고성국>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 뭐 시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고요. 투표용지 인쇄를 최대한 늦춘다는 것이 선관위 방침이니까 등록을 해놓고도 단일화가 되면 지는 후보의 란에다가는 사퇴라고 써서 인쇄를 할 수는 있으니까 뭐 그렇게 보면 앞으로도 한 일주일 이상은 여유가 있다,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지만...
▶정관용> 하지만 두 후보가...▷고성국> 얼마나 그게 옹색합니까?
▶정관용> 아니, 두 후보가 이미 등록 전에 한다고 약속을 한 게 있기 때문에. 그렇지요?▷고성국> 그렇지요. 그래서 그 약속은 어쨌든 지켜야 되고요. 그러려면 물리적으로 오늘밤 넘기면 힘들지요.
▶정관용> 오늘밤. 지켜봐야 되겠네요.▷고성국> 고맙습니다.
▶정관용>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