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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안전까지 생각하는 자동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안전 규제가 탑승자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덕이다.
볼보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차량 외부에 에어백을 달아 보행자를 보호하는 볼보 V40을 내년 초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에어백은 일반적으로 운전자나 승객을 보호하는 역할에 머물렀는데, 볼보는 보행자 에어백으로 에어백의 쓰임새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볼보 관계자는 "시속 20~50㎞에서 작동하는 보행자 에어백은 보행자가 차량과 충동했을 때 2차 충격에 노출되기 쉬운 전면 유리와 A필러를 따라 설치됐다"며 "7개의 센서가 사람의 다리 등을 감지하고 충격 즉시 보닛을 들어올려 보행자의 충격을 최소화한다"고 전했다.
볼보는 앞서 보행자 충돌 방지 시스템을 선보이며 보행자 안전 장치 개발을 선도해왔다.
이 시스템은 시속 35㎞ 이내로 달릴 때 차량 전방에 보행자가 나타나 사고가 예측되면 운전자에게 1차 경고를 보내 제동을 하도록 한다. 운전자가 반응하지 못할 경우에는 시스템이 차량을 자동으로 멈춘다.
이 장치는 우리나라에도 선보인 S80, S60 등 볼보의 양산 차량에 이미 탑재돼 있다.
날로 강화되는 보행자 안전 규정은 자동차의 디자인도 바꾸고 있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에서는 툭 튀어나온 범퍼를 보기 어렵다.
차량 앞 돌출된 범퍼 등은 보행자와 충돌했을 때 뼈를 부러뜨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은 전면을 둥글게 다듬어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양쪽 전조등이 곡선형으로 유연하게 꺾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주간 주행등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보행자 안전 규정이 까다로워지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보행자 안전은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0년 기준으로 4.3명. OECD 평균(1.2명)의 3.6배에 달한다.
그만큼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량의 안전시설이나 장치가 미흡한 탓도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보행자 보호를 위한 새로운 자동차 안전 기준을 마련해 내년 1월1일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보행자 안전을 위한 차량의 각종 장치는 머지않아 의무적으로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원천기술 확보·개발 등에 더욱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