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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57) 전 경찰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2010년 8월18일의 '차명계좌설'에 반발한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의 고소로부터 시작된다. 경찰 총수까지 오른 사람이 부하직원을 상대로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했는지를 규명하는 수사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조상철 부장검사)는 17일 이 수사를 고소장 접수 2년 1개월이나 지나서야 조 전 청장의 불구속 기소로 끝냈다. 그동안 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두 번이나 바뀌었다.
검찰은 고소장이 제출된 다음날 고소인 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며칠 뒤 피의자인 조 전 청장이 서울경찰청장에서 승진해 제16대 경찰청장이 됐다. 현직 경찰 총수를 상대로 한 검찰 수사는 본격화하기 쉽지 않아, 피의자 조사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저쪽(경찰)과의 갈등 관계라든가 여러 가지가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소 8개월 뒤인 이듬해 4월에야 검찰은 처음으로 조 전 청장을 서면조사 했고, "지난해 내부 교육 때 한 차명계좌 발언은 사실"이라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다. 두달 뒤에도 비슷한 답변을 서면조사로 받았다.
수사가 더디자 유족 측은 "고소인 조사는 고소 직후 해놓고, 피고소인에 대해서는 9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는다"며 사건의 주임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른다. 검찰은 직무유기 건을 각하했다 다시 유족으로부터 항고당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
유족 측과 검찰의 신경전으로 2011년이 지나간 뒤, 올해 5월 들어서 수사의 전기가 마련됐다. 희대의 살인마 오원춘 사건이 계기였다. 조 전 청장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함에 따라 '현직 경찰총수'에 대한 수사부담이 사라졌다.
검찰로부터 '5월 9일 출석'을 통보받은 조 전 청장은 그달 초부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족에 송구하다"면서도 "차명계좌의 실체를 검찰에서 모두 까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내가 모든 것을 알고는 있지만 미안하게 생각하니, 고소를 취하하라는 얘기"라며 "조 전 청장이 무엇을 까거나 말거나 우리 입장은 달라질 게 없다"고 반박했었다.
조 전 청장은 6월 5일 두 번째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때 조 전 청장은 "대검 중수부에 차명계좌 관련 수사기록이 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검찰 수사 결과 해당 진술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전 청장의 두차례 소환조사 때 경찰은 전·의경과 사복 경관을 대거 동원해 과잉 의전을 펼쳐 논란을 사기도 했다. 특히 조 전 청장은 2차 소환 때 자신의 차량에 깔려 부상당한 취재기자에게 아무 구호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하는 '기행'까지 보였다.
검찰은 지난 7월 이미 조 전 청장의 기소를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잇따른 소환 조사에서 차명계좌설의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대외적인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 내부교육 과정에서의 언급이었던 점 등을 여러 상황을 감안해 구속영장 청구까지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두달간 이번 사건을 달리 판단할 만한 소지가 있는지 계속 검토해왔다"며 "수사 단계에서는 함구하던 조 전 청장이 향후 법정에서 차명계좌설 관련 근거를 제시한다면 재판의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