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휴대폰을 구입해 사용하도록 하는 휴대폰 자급제, 즉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됐으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소극적인 정책수행으로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휴대폰 자급제 시행이 어려운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전파인증제도이다.
개인사업자가 휴대폰을 수입해서 판매하려면 우선 전파인증을 받아야 한다.
전파인증을 위해서는 휴대폰 외관도와 부품배치도, 회로도나 설계도, 사용자 설명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설계도나 부품배치도의 경우는 제조회사의 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할 수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애프터서비스 등을 이유로 설계도의 첨부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는 외국산 휴대폰을 구경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개인사용 목적으로 해외에서 구입해 오는 경우에는 전파인증을 면제하고 있다.
개인이 구입하면 가능하고 판매목적이면 절차가 복잡한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할 뿐만 아니라 통신사들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국산 휴대폰은 보통 90만 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지만 똑같은 제품을 홍콩에서 60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왜 국내에서는 60만 원에 판매되지 않을까? 통신사는 중계설비 등을 운운하며 비싼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 중에는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 국산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전파인증 없이도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용에는 복잡한 서류들을 첨부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보다는 소비자를 위한 제도를 올바르게 정립시켜 나가기를 바란다.
제조업자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는 방통위의 판매정책은 제조업자를 돕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는 그만한 서비스를 향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는 해외 각국이 우리 제품을 인기리에 구입해서 사용하듯이 국내 휴대폰 사용자들도 해외 각국의 다양한 휴대폰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휴대폰 자급제가 활성화되면 해외업체와 적극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국내 제조업체들도 휴대폰의 가격을 낮출 것이고 기술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향상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전향적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