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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만한 뱀이 나를 향해 슬금슬금"…자지러진 신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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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리나 풀렸는지 알 수 없어 불안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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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매, 대체 몇 마리가 더 남아 있는 건지 무서워 죽겄어."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뱀 한 마리가 잡힌 뒤 지난 29일까지 뱀 13마리가 포획된 서울 양천구 신월6동 주민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아간 신월6동 인근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했지만, 직접 만난 주민들의 정신적인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 '뱀 공포증'에 고통받는 주민들…이제 '노이로제' 수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 모(65·여) 씨는 꿈에서까지 뱀을 볼 정도로 '뱀 공포증'에 고통받고 있었다.

박 씨가 목격한 뱀만 해도 벌써 3마리째였다.

지난 7월 초 비가 쏟아지던 날 자신을 향해 다가온 구렁이는 상상만 해도 눈 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가게 앞 나가니 팔뚝 굵기 만한 구렁이가 슬금슬금 올라오는 거야. 걸음아 날 살려라 가게로 들어오려고 문을 여는데 당황하니 문은 못 열고 문만 때리다가 손이고 손톱이고 다 깨졌어."

다행히 당시 박 씨가 목격한 뱀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포획됐다. 하지만 박 씨의 뱀 공포증은 일상생활 곳곳을 침범하고 있었다.

"한 번은 가게에 출근해 냄비를 열었는데 그 안에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는 거야. 화들짝 놀라서 정신을 차리니 꿈이었던 거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음식 재료를 찾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차가운 감촉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 자세히 보니 전날 냉장고에 물이 차서 받쳐 놓은 수건이었다.

이제는 에어컨 호스 같은 길고 가느다란 물체만 봐도 뱀으로 착각할 정도로 뱀 공포증은 극에 달했고, 날이 더워도 가게 문을 열 엄두고 못 낸다고 박 씨는 말했다.

(▲영상=양천소방서 제공)

◈ 뱀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의심으로 분위기 뒤숭숭

뱀이 대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주민들 저마다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한 건강원이 의심을 사면서 동네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김 모(50·여) 씨는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자포자기 상태였다.

김 씨는 "지난해에도 뱀이 4마리 정도 나온 적이 있다"면서 "근처에 있는 건강원에서 뱀이 탈출했다고 다들 생각하지만 동네 이웃인데 대놓고 말할 수 없지 않겠나"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 씨는 무엇보다 뱀이 처음 발견된 지 1달이 지나도록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점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김 씨는 "경찰이 해결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면서 "우리는 지쳤고 이제 뱀이 나오면 신고하는 일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또 "수사만 일찍 착수했다면 여러 가지를 경찰에 증언해 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건강원 주인이 다 치워버렸기 때문에 아무 근거도 없어 거짓말만 하는 꼴"이라며 분개했다.

"혐오동물인 뱀이 돌아다니는데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냐“는 최 모(55) 씨는 또 다른 주장을 폈다.

최 씨는 "건강원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면서 "황구렁이 같은 수백만원이 넘는 뱀들이 쉽게 탈출하도록 놔뒀을 리가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 씨는 "인근에 땅꾼 두 명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쪽에서 실수로 뱀이 탈출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발생한 곳과는 한참 떨어진 곳에서 영업을 하던 건강원 주인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건강원 주인은 "요즘은 뱀을 먹는 사람은 찾기 어렵고 흑염소나 장어 같은 종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비싼 뱀들이 풀린 모양인데 이 동네 사람들의 소득 수준으로 볼 때 그런 걸 먹을 수요는 사실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주민들의 눈총을 받던 건강원은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쪽지를 붙여놓은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주민들이 안심을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대체 몇 마리의 뱀이 풀렸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날까지 포획된 뱀을 포함해 목격된 뱀은 모두 15마리지만, 주민들마다 의견이 분분해 50마리가 풀렸다고 주장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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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센터 직원들도 고생…뱀수색 탓에 얼굴 까맣게 타

이렇게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센터 직원들도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낮에는 큰 일이 없으면 모두 '뱀 수색'에 투입되다보니 얼굴이 새카맣게 타 있었다. 밤에도 직원들을 3개조로 편성해 한 주에 두 번씩 뱀 출몰지역에 대해 야간순찰을 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순찰이 대체 언제 끝날지, 언제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있을지 기약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 직원은 "몇 마리가 돌아다니는지 알 수가 없어 상황을 종료할 수가 없다"면서 "일주일동안 뱀이 안 보여 끝났나 싶으면 한 마리씩 튀어나와 진이 빠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직원은 "사건 발생 초반에 언론에서 흥미위주로 보도하다보니까 주민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날부터 '뱀 사건'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재개발 부지에 사는 주민들을 퇴거시키기 위해 누군가 뱀을 풀었다는 가능성보다는 보관하고 있던 뱀이 실수로 탈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인근 건강원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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