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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표 '청각장애 바리스타'…"이만하면 성공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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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카페 '뜨락', 청각장애 바리스타 1호 조민아씨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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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서소문청사의 카페 '뜨락'에는 청각장애 3급 바리스타 조민아(22)씨가 있다.

활기찬 목소리 "어떤 것 드시겠어요?", "3,000원 입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공손한 태도의 민아씨로 인해 주위가 밝아진다.

주문을 하면서 다소 어눌한 민아씨의 말투에 의아해하던 이들도 "아,메,리,카,노요"라며 또박또박 힘주어 말하고 미소를 띄워 보인다.

잘 못 알아 듣는 손님이 있으면 민아씨와 손님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종이에 펜으로 메뉴를 적는다.

점심시간에만 200명이 몰려들 정도로 쉴새 없는 업무이지만, 시간당 4,580원씩 월 120만원을 받고 일하는 민아씨의 얼굴에는 그늘이 지는 법이 없다. 민아씨의 월급은 카페 자체 운영비에서 제공된다.

"좋아요(웃음). 저번에는요. 다른 손님들이 뭐라고 말하는 거에요. 다른 건 다 못 들었는데 '아, 맛있다' 이 한마디 알아 들었어요. 그때 정말 행복했어요"

민아씨가 시청 까페 뜨락에서 일하게 된 것은 지난 3월 28일. 영어카페에서 착한 소비의 장으로 카페가 탈바꿈하면서다.

'나눔과 편안함이 있는 쉼터'라는 표어에 따라 뜨락은 청사 내 휴게공간이자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공정무역 커피 사용, 독서문화 진작을 위한 책 배치, 청각장애우 바리스타 고용 모두 이 일환이다.

민아씨는 바리스타 둘 중 한 명은 청각장애우를 뽑자는 공무원들의 아이디어로 청음회관이라는 복지관을 통해 채용됐다.

이창학 행정국장이 '청각장애우 바리스타가 있다'는 사실을 안 것도 한 몫을 했다.

처음 까페가 문을 열 때부터 함께 일해 온 두 명의 동료들과 민아씨는 어느덧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됐다.

"호흡이 잘 맞아서 편해요. 이젠 가족 같은 느낌이랄까?"라는 말에서부터 서로간의 깊은 정이 묻어난다.

민아씨를 돕다 아예 바리스타로 눌러 앉아버리게 된 카페 담당 공무원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서로 느낌으로 대화하고 눈빛만 봐도 하려는 말을 알 수 있어요. 소통을 배운 거죠"라며 민아씨를 바라보며 함박 웃음을 지어 보인다.

오해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공무원이라 업무지시하고 이행하는게 익숙한 그와 민아씨의 충돌도 잦았다.

"민아씨의 솔직함이 당황스러웠어요. 하지만 2개월 지나니까 이해가 되고, 3개월쯤 되니까 익숙해지더라고요. 왜 가족 같은 그런 느낌이 된거죠. 개인적으로 나눔과 봉사를 더 가까이 느끼게 됐어요"

총 3개월 인턴 기간이 끝나는 이번 달 29일을 마지막으로 민아씨는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민아씨는 "섭섭하고, 뭔가 이별하는 느낌이에요"라며 입술을 삐죽 내밀어 보였다. 하지만 시 정책에 따라 지금의 자리는 또 다른 청각장애우에게 기회로 돌아갈 예정이다.

사람들에게 받은 따뜻한 관심으로 가슴 속에 또 다른 희망을 품어보는 민아씨.

"어쩔 수 없죠. 다른 자리에 가야죠. 하지만 앞으로 바리스타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희망 있기 때문에. 멈출 수 없어요"

민아씨가 제일 자신 있게 만드는 커피 종목 '아트라떼', 하트 모양이나 나뭇잎 모양의 그림이 그려진 커피를 자신의 카페에서 직접 만드는 그 날을 꿈꿔 본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1월 신규 공무원의 10%를 장애인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장애인 고용 확대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도 "뜨락 같은 소형 카페를 각 자치구에 확산시켜 나가자"며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영어카페였을 때 뜨락은 직원들이나 일반 시민 모두 부담스러운 존재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박 시장의 생각을 작은 공간에 잘 담았다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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