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땅채송화'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월-금>
땅채송화
벌써 6월입니다. 여름이 가까오면 사람들도 바다로 눈을 돌리듯 이 시기에는 바닷가에서 자라는 꽃들이 대세입니다. 초여름 바닷가의 들꽃들을 감상하기에는 비양도가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까지 제주바닷가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예전 들꽃들을 보러 다닐 때의 추억이 강하게 남아 있어 더 정감이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비양도 바닷가 바위틈에는 땅채송화가 꽃을 한창 피우고 있습니다. 갯까치수영은 벌써 절정을 지나고 있고 갯장구채와 암대극은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 참나리도 날렵한 잎을 씩씩하게 내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금 있으면 꽃을 피울 생각인 모양입니다.
땅채송화는 돌나물과에 속하는 꽃으로 바닷가에서 자랍니다. 갯채송화라 부르기도 하고 제주기린초라 하기도 합니다. 꽃은 작지만 별모양으로 생겼는데 윗부분의 갈라진 줄기 끝에 3~10개씩 달립니다. 5월 중순 쯤 제주에서 시작된 꽃을 육지에서는 7월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를 비롯해서 경남, 울릉도 충남 등 중부 이남지역의 바닷가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키는 어른의 가운데손가락 정도까지 크고 잎은 잎자루 없이 줄기에 붙어 있습니다. 학명 Sedum oryzifolium 가운데 종소명 oryzifolium '쌀알 모양의 잎을 가진'이라는 뜻이라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잎을 보면 쌀알을 연상시킵니다.
땅채송화는 햇볕을 좋아하기 때문에 습기가 없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삶의 터전도 바닷가로 정했습니다. 바위틈에 조금만 흙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뿌리를 내립니다. 바닷가 주변 풀밭에서도 자라기는 하지만 바위에 붙어있는 땅채송화가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드센 바닷바람과 짠물에 견디기 위해 줄기와 잎은 두툼하게 육질로 무장했습니다. 또 줄기와 잎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풍이 든 것처럼 붉은 빛을 띠며 단단해집니다. 그리고는 진한 노란색의 고운 꽃을 피워냅니다. 꽃은 작지만 여러 개의 꽃송이를 모아 곤충들로 하여금 크게 보이도록 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거무티티한 현무암을 배경으로 꽃을 피우기라도 하면 노란별이 땅으로 살포시 내려앉은 느낌입니다. 별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해줍니다.
땅채송화라는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사촌격인 높은 산의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바위채송화가 있고 집 주변에 관상용으로 심는 채송화가 있습니다. 채송화(菜松花)는 남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꽃으로 잎이 소나무 잎과 닮았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런데 채송화의 잎과 바위채송화의 잎이 서로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채송화는 쇠비름과의 식물이고 바위채송화는 땅채송화와 같이 돌나물과 식물로서 서로 계보가 다릅니다. 바위채송화가 이름을 얻을 때 다른 집안의 이름을 빌려온 것입니다. 그리고 땅채송화의 잎은 소나무잎을 닮지 않았지만 같은 과 식물인 바위채송화의 '바위'에 견주어 '땅'이라는 글자를 붙여 땅채송화라 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땅채송화는 바위틈에서 자라기 때문에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땅채송화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실생활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지피식물로 활용하기도 하고 화단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합니다. 주의해야할 것은 땅채송화가 건조한 땅이나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비료를 많이 주면 뿌리를 썩게 한다고 것입니다. 또 어린 순은 나물로 묻혀 먹기도 했고 약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어 확실하지 않은 듯합니다.
그리고 땅채송화와 비슷한 바위채송화, 돌나물, 말똥비름이라는 꽃도 있어 처음 보는 사람들은 구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꽃의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이겠지만 잎의 모양을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바위채송화는 이름처럼 바위에 붙어사는데 대체로 땅채송화와 달리 높은 산의 습기가 있는 곳을 좋아하며 잎은 소나무잎처럼 가늘고 뾰족하게 생겼습니다. 말똥비름은 집 주변 공터나 산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으로 잎이 밥주걱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돌나물의 잎은 끝이 뾰족하며 길쭉한 마름모 모양입니다.
도저히 꽃이 자라지 못할 거라고 생각되는 바닷가 바위틈에서 땅채송화는 꽃을 피웁니다. 땅채송화가 꽃을 피운 모습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낸 모습입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꽃이어서 더 아름다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잣대로 자연을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땅채송화는 보여줍니다. 가끔씩 지나간 일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풋풋함이 느껴지던 여름날이 생각나면 바닷가 땅채송화를 만나러 갈 일입니다. 그 곳에서는 도란도란 들려주는 꽃이야기, 꽃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