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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영구임대지만 지역에 살면 난방비 2배가량 비싸서울 영구임대아파트 난방연료가 벙커C유에서 청정에너지인 LNG로 바뀐지 십여 년이 지났지만, 부산을 비롯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산하 지역 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 대부분은 여전히 값비싼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고공 행진으로 벙커C유 가격이 40% 가량 급등해 장애인,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의 난방비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지만, 그동안 LH 측에선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 사상구 LH 산하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모(69) 할머니는 얼마 전 전국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모임에 갔다가 서울의 영구임대아파트 난방비 금액을 듣고 깜짝 놀랐다.
자신과 같은 12평형대 서울 강북구 번동 영구임대아파트의 지난해 12월 난방 사용료가 5만 4천 원이 나왔는데 자신은 배 가까운 무려 8만7천 원을 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한 달에 40만 원 남짓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는데, 난방비를 내고 나면 사실상 살기 힘들 정도로 빠듯하다"면서 "알고보니 서울의 영구임대아파트는 벙커C유보다 값싼 청정에너지인 LNG를 사용하는데 부산지역은 비싼 벙커 C유를 쓰고 있어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힘들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과 수도권 일대 영구임대아파트는 1990년대부터 도시가스교체사업을 진행해 현재 청정연료에너지인 LNG를 사용하고 있지만, 부산의 주공 산하 영구임대아파트 9개 단지를 비롯해 지역의 영구임대아파트 대부분이 값비싼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벙커C유가 LNG보다 심각한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최근 2~3년 사이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LNG는 2010년 12월 m³당 725원에서 지난해 12월 838원으로 15% 오르는데 그쳤지만, 벙커C유는 같은기간 리터당 754원서 1065원으로 40% 이상 급등했다.
부산을 비롯한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는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난방비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 LH, 대책 마련 하세월…도시가스 전환까지 차액 보전 해줘야이처럼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영구임대아파트의 난방연료가 달라 난방비 차이가 발생하다보니 같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도 실질소득이 달라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가령, 40만 원 남짓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독거노인이 겨울철 부산의 영구임대아파트에 살 경우 수급비의 30% 가량을 난방비로 써야하지만, 서울의 영구임대아파트에 살 경우 15% 정도만 난방비로 지출한다.
또, 주택관리공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생활 급여는 2011년도 전년대비 5.6% 소폭 인상됐지만, 같은 기간 벙커C유 가격은 41.3%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의 영구임대아파트 저소득 계층의 상대적 빈곤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LH 측은 지역 영구임대아파트 저소득 계층의 난방비 부담에 대한 민원이 폭주하고 있고, 사실상 2년 전부터 벙커C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추세를 보고도 대책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
이에 대해 LH 측은 "서울은 청정연료에너지 사용 고시에 따라 1990년대부터 LNG로 전환 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2~3년 사이 벙커C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입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1천 세대 당 교체 비용은 1억 2천만 원 정도 들기 때문에 예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LNG 전환 사업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전국임대아파트 협의회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닌데 서울은 십여년 전에 환경오염이 덜한 LNG교체사업을 벌였으면서 지역은 왜 안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벙커C유가 급등한지 2~3년이 됐는데, LH가 지금까지 확정된 LNG교체 사업안조차 없는 것은 지역 입주민들을 홀대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하루 빨리 도시가스 전환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도시가스 전환 사업이 이뤄질 때까지 발생하는 난방 연료에 따른 차액을 부산시나 지자체 차원에서 한시적 보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