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상징마크
성과급 '나눠먹기'(CBS노컷뉴스 5월 10일자 '도봉구청 '성과급 나눠먹기'…"황당하네"'제하 단독보도)로 물의를 빚었던 서울 도봉구청이 10급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전체 정원의 75%를 간부 친척으로 임용했던 사실이 CBS 취재결과 확인됐다.
도봉구청 실무자는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지만 25: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 시험에서 구청 간부의 친척이 대거 채용됐다는 사실로 볼 때 우연이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도봉구청은 지난해 11월 '기능직 공무원 경력경쟁 임용시험'으로 10급 운전직 1명과 조무직 3명을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100 여명 이상이 몰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끝에 국가유공자 1명을 포함한 5명이 선발돼 2012년 1월 1일자로 신규 임용됐다.
하지만 CBS 취재 결과 국가유공자 1명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경쟁을 한 4명 가운데 3명이 도봉구청 간부나 구의회 의원의 친인척인 것으로 확인됐다.
10급 조무원 시보로 임용된 A씨와 B씨는 각각 도봉구청 도시디자인 과장의 딸과 복지정책팀장의 조카였고, 10급 지방운전원 시보에 임용된 C씨는 도봉구의회 의원의 조카였다.
도봉구청 인사 관계자는 CBS가 취재에 들어가자 "도시디자인과장 딸은 채용한 뒤 해당 사실을 알게 됐고 의원 조카와 팀장 조카가 임용됐다는 말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재가 계속되자 인사 관계자는 "확인해 보니 복지정책팀장의 조카와 도봉구의회 의원의 조카가 맞다"라는 뒤늦은 대답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채용 과정에서 비리는 전혀 없었으며 기준에 맞춰서 뽑았는데 공교롭게도 구청 관계자의 친척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복지정책팀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조카인 B씨에 대해 "그런 이름은 처음 듣는다"며 자신의 조카를 모른척 하는 등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욱 의혹이 증폭되는 대목은 도봉구청 10급 채용 과정이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가이드 라인과는 달리 필기전형 없이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전형을 통해서만 선발해 사실상 간부들의 입김이 들어갈 여지가 컸다는 점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도봉구청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임용된 직원들은 간부들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아도 뭐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10급으로 임용된 도봉구청 친척들은 행정안전부 정책에 따라 오는 24일 자동적으로 기능 9급으로 진급된다.
이에 대해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그 동안 관행적으로 진행된 기능직군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다른 지자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투명한 채용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