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63년 만에 ''한국사람''된 기구한 운명의 기미코 할머니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1945년에 남편 따라 한국 와 첩살이하며 서러운 삶 견뎌와

할머니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존재로 60여년을 살아왔습니다. 진짜 한국 국민이 됐다고 생각하니 눈을 감아도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63년 전인 1945년 한국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서 건너왔다 지금까지 ''''불법체류자'''' 생활을 해온 일본인 구사마 기미코(79·장흥군 유치면) 할머니가 한국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받았다.

13일 오후 광주 광역시 화정동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소장 서유교) 대회의실, 기미코 할머니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광주·전남 외국인 20명은 귀화증서를 받았다.

허리가 한창 굽은 기미코 할머니는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두 손으로 책상을 부여잡은 채 허리를 폈다.

더듬더듬 애국가를 따라부르던 기미코 할머니의 얼굴에는 그 동안의 회한 만큼 주름이 깊게 패여있었다.

''''구사마 기미코''''라는 이름이 호명되자 할머니가 천천히 단상 앞으로 나가 귀화증서를 받았다.

동아시아 현대사의 거친 흐름 속에 누구보다 굴곡이 많은 세월을 보냈던 기미코 할머니가 국내 체류 63년 만에 ''''이방인''''이 아닌 한국 국민이 되는 순간이었다.

일본 나가노현 출신인 기미코 할머니는 일제에 강제 징용됐던 한국인 남편을 따라 해방 후 한국 땅으로 건너왔다.

열여덟 꽃다운 나이던 할머니는 일곱 살 연상이던 남편의 고향, 장흥 집에 도착한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 하나만 믿고 따라왔건만 이미 그곳에는 남편의 본처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할머니는 할 수 없이 첩살이를 하게 되었다. 이후 남편과 사이에서 아들 둘을 낳았지만 모두 본처의 아들로 등재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 호적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남편이 사망한 이후에는 마을의 크고작은 소일거리를 거들며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다행이 몇 년 전 이런 사연을 알게 된 인근 성당 교인들이 할머니를 돕고 있다.

교인들은 무너져가던 할머니의 집을 컨테이너집으로 바꿔주었다.

그러나 국적이 없어 정부로부터의 의료나 생계비 지원 등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

기미코 할머니의 기막힌 사연을 알게 된 법무부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가 할머니의 귀화신청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날 기미코 할머니를 비롯하여 광주·전남지역 불우외국인 20명에게 귀화증서를 전달했다.

기미코 할머니에 대해서는 후원금 전달과 함께 꾸준한 지원도 약속했다.

기미코 할머니의 후원자 남 모(64) 씨는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견딘 할머니가 지금부터라도 안정되게 살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며 ''''60여 년간 만나지 못한 일본 가족들도 상봉시키고, 아픈 몸도 치료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될 수 있도록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